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에는 ‘적폐청산’ ‘정권교체’ 프레임을 강조하며 진보층 표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현재의 30% 지지율로 대세론을 언급하는 것이 옳은 분석인가 하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문재인 대세론’의 실체는 뭘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50%+1표’가 필요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48.02%의 지지를 얻었지만 51.55%를 득표한 박 전 대통령에게 석패하고 말았다. 48%의 지지율로도 대권을 쥘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현재 전국 지지율 투표에서 30%를 얻었다고 해서 과연 대세론을 운운할 수 있을까.
◇30% 지지율이 대세인가=안희정 충남도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는 다소 거품이 끼어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고도의 선거전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층은 물론 선택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에게 다른 대안은 없다는 인식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문 전 대표가 거만하다”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둥 쓴소리를 하는데도 대세론 프레임에 집착하는 데는 이 같은 선거공학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석에 문 전 대표 캠프 측은 강하게 반발한다. 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원하고 자연스럽게 표심은 문 전 대표에게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가 민주당 최종 대선주자로 결정되고 비문 주자와의 대결구도가 갖춰지면 지지율은 50%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문 캠프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다자대결이 갖춰지면 대세론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세론 이상신호?=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 이후 문재인 대세론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탄핵 이후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대항마인 안 지사는 상승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선후보를 망라한 다자 간 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가 여전히 10%포인트 이상 앞서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격차가 한 자릿수 이내로 좁혀지면서 소위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으로 표현되는 문재인 대세론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경제신문과 한국리서치가 헌재 탄핵 결정 이후인 12일 민주당 후보 적합도를 물었더니 문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5.7%로 나왔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33.6%로 오차범위 내에서 문 전 대표를 바짝 뒤쫓는 형국이었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민주당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40.1%, 안 지사는 31.9%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전주 대비 5%포인트 떨어졌고 안 지사는 5.9%포인트 올랐다.
안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세론이 사실상 무너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한 달 정도 진행되는 경선 기간에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7년 이명박 대세론과는 달라=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80%를 넘는 나라인데 지금 문 전 대표가 가져가는 지지율은 그 절반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진정한 대세론이 아니라는 얘기로 들린다. 문 전 대표가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처럼 독주체제를 구가하며 손쉽게 대권을 거머쥐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세대에 관계없이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문 전 대표는 60대 이상 유권자에게 사실상 낙제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 캠프는 대세론이 대선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압도적으로 많은 저명인사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고 있고 다른 후보들의 도토리 키재기 식 지지율이 전혀 위협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 불복을 우회적으로 선언한 점도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민심은 변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적폐청산에서 화합과 통합으로 옮겨간다면 대세론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금의 대세론이 진정한 실체인지, 아니면 ‘한철의 높은 지지율’에 그칠지는 탄핵 이후 민심과 앞으로 전개될 이합집산 정치구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