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SK하이닉스의 1·4분기 매출액이 5조9,500억원, 영업이익이 2조1,600억원으로 영업이익 기준 전년 대비 285% 늘 것으로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매출액 6조2,048억원, 영업이익은 2조4,835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의 컨센서스가 2조원을 넘어 2조원대 중반까지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 2조원 돌파는 SK하이닉스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2,767억원에 그쳤고 사상 최대치였던 2015년 영업이익이 5조3,361억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올 1·4분기와 같은 추세라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가뿐히 넘어 8조~9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 이처럼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것은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점점 더 고용량 고성능의 반도체를 원하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의 ‘스펙’ 경쟁이 어느 나라보다 치열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플래그십 제품은 모바일 D램 용량을 삼성이나 애플보다도 높은 6GB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능 경쟁이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양호한 수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D램에 이어 고용량의 낸드플래시 역시 스마트폰 및 서버 업체들 사이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지는 스펙 경쟁은 실제 반도체 업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 매출에서 모바일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2·4분기부터 중국 업체들의 플래그십 모델 출시가 예상되는데 대부분 듀얼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파악돼 D램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반도체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온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현재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을 ‘재고 비축기’ 수준으로 평가하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올해 고점을 찍은 뒤 오는 2018년 36%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내부에서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호황이 확실하지만 하반기에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