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5년] 韓 상품수출 22%↑ 美 서비스수출 29%↑

손익계산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한국은 예상했던 대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상품 수출이, 미국은 서비스 수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교역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FTA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U.S. BEA)에 따르면 2011년 576억달러였던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 수출은 지난해 705억달러까지 늘었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22.4%에 달한다. 우리 기업의 주요 경쟁국인 독일(14.8%), 일본(1.9%)과 비교하면 두 배, 많게는 열 배에 달하는 증가율이다. 미국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FTA 효과를 누렸다.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167억달러였던 미국의 한국에 대한 서비스 수출은 지난해 216억달러로 5년 새 29.3% 늘었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상품 수출보다 더 큰 이득을 본 것이다.

실제 교역 규모도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FTA 협정 발효 이후 한국과 미국의 교역 규모는 연평균 1.7% 증가했다. 세계 교역 규모가 연평균 2%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상품 수출 규모가 큰 만큼 미국의 대(對)한 국제수지 적자는 54억달러에서 175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두고 공격하는 빌미가 여기서 생기는 지점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양국 모두 이득을 본 셈이지만 속사정을 보면 미국의 이득이 더 컸다. 특히 해외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만든 ‘알짜’ 혜택은 미국이 더 크게 누리고 있었다.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2011년 199억달러에서 2015년 401억달러로 10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금액은 282억달러에서 346억달러로 2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 기업의 투자로 인한 미국의 고용창출 효과도 1만명에 달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표면적으로 수출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대기업이 해외 자회사와 거래하는 ‘기업 간 거래’가 대부분이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수출을 늘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도 “다만 수출의 60% 이상이 대기업 내부 거래여서 일반 국민이 느끼는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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