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고의 한 마트에서 사라진 한국제품. /출처=웨이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다가오면서 긴장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날 저녁에 방영될 중국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한국 기업이 거론될 경우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15일은 중국 당국이 이달 초 자국 여행사들에 공포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 가 시행되는 날이다.
이미 국적 항공사들은 16일부터 한중 노선 감축에 들어가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15일을 기점으로 제2의 사드 쇼크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강도가 더 세지면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 확산 및 중국 관광객 감소→관련 기업 매출 하락→신용등급 강등이 그것이다. 이미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사드 관련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한 상태다.
◇중국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 한국 기업 등장하나=최근 중국 당국의 사드 때리기 속도 조절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여전히 반롯데 운동을 부추기는 동영상이 늘고 있고 댓글들도 격한 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 중앙(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에서 한국이 타깃이 된다면 중국 롯데마트나 한국 화장품 업체, 한국 여행과 관련된 상품 등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부 중국 매체들에서는 출처 불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롯데마트 등을 비롯해 스마트폰 업체와 중국 불법 사채시장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돼 진땀을 흘렸다. 지난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비판받았다. 2016년에는 한국·터키·미국 등 아동용품 업체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를 탔다. 사드 보복의 핵심의 서 있는 롯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 헤드쿼터를 중심으로 롯데 거론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정보는 없다”며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한국 여행 금지 실시, 중국인 관광객 사라질 수도=설상가상으로 15일부터는 중국 관광객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는 이에 따라 중국 노선 감축에 들어간다. 대한항공은 16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38개 한중 노선 중 8개 노선, 79편을 감축한다. 아시아나항공도 15일부터 오는 4월30일까지 총 90편의 운항을 감축한다.
사라지는 중국 관광객은 관련 산업에도 치명타를 가할 수밖에 없다. 롯데면세점 본점은 이미 사드 폭풍이 휩쓴 지난주 말 평소에 비해 매출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15일부터 시작해 4월 초만 되면 그야말로 매장이 텅텅 빌 것”이라며 “그저 한중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탄식했다. 명동의 한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도 “명동 매장에서 중국인 고객이 벌써 3분의1 가까이 줄었다”며 “다른 국가 고객들이 있기는 하지만 줄어든 중국인 고객을 벌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고 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악의 경우 중국 관광객이 50%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면세점뿐 아니라 호텔·뷰티 등 중국 관련 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일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명동 거리에서는 문을 닫은 점포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이면도로에는 한 집 걸러 하나씩 매장 3곳이 문을 닫았다./박윤선기자
◇3대 신용평가사, 중국 관련 기업 신용 강등 예고=중국 관련 기업들의 경우 신용 강등도 예고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금지 조치가 장기화하면 면세점 및 호텔업계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유건 한신평 실장은 “호텔신라·호텔롯데·신세계조선호텔 등의 면세점 부문에서 중국인 매출 의존도는 60% 내외”라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중국인 입국자가 급감한다면 단기적으로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신용도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한신평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단기간 내 끝나지 않으면 호텔·면세점 등 중국 관련 기업들의 신용도 펀더멘털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박준호·박윤선·강도원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