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세르히오 아게로(맨체스터 시티),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발판삼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라선 이들이다. 지난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메시는 골든볼(MVP)과 골든슈(득점왕·6골)를 석권했다. 아르헨티나는 역시 골든볼과 골든슈(6골)를 휩쓴 아게로를 앞세워 2007년 캐나다 대회마저 제패했다. 2013년 터키 대회는 포그바를 위한 무대였다. 프랑스를 첫 우승으로 안내한 그는 이듬해 1골 2도움으로 성인 월드컵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라울 곤살레스(스페인), 티에리 앙리(프랑스) 등 설명이 필요없는 불세출의 스타들도 U-20 월드컵으로 전설의 첫 단추를 끼웠다. 대회 때마다 유럽의 스카우트들이 총출동하는 이유다.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왼쪽 사진)와 아르헨티나 U-20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파블로 아이마르가 15일 2017 U-20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A조 편성팀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2017 U-20 월드컵이 본선 조 편성을 확정하면서 막바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15일 수원 아트리움에서 진행된 조 추첨식에서 A조의 한국은 기니(5월20일 전주월드컵), 아르헨티나(23일 전주월드컵), 잉글랜드(26일 수원월드컵·이상 오후8시)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추첨식에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가 적힌 종이를 펼쳤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예선을 4위로 겨우 통과했지만 역대 최다인 6회 우승에 빛나는 최강이다. 잉글랜드는 유럽예선에서 프랑스·이탈리아에 뒤졌지만 축구종가 자존심을 내세우는 팀. 이쯤 되면 ‘죽음의 조’로 불릴 만하다. 그나마 38년 만에 본선에 오른 아프리카의 기니가 승리를 챙길 가장 확실한 상대로 꼽힌다. 본선 진출 24개국은 4개 나라씩 6개 조로 나눠 풀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 12개 팀과 3위 중 상위 4개 팀이 16강에 오른다. 5회 우승의 브라질은 남미예선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4년 만의 4강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1983년 당시 4강에서 브라질을 만나 김종부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1대2로 역전패했던 한국이다. 브라질은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한국에 3대10의 참패를 안기기도 했다. 한국은 앞서 프랑스와도 맞붙었는데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에게 2골씩을 내줘 2대4로 졌다. 역대 13차례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은 7차례나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권창훈·류승우 등이 주축이던 2013년에는 8강에 올랐지만 직전 2015년 대회 때는 본선에도 나가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결승까지 오른 적이 있다. 오노 신지, 다카하라 나오히로 등이 주축이 돼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 4강을 통과, 스페인에 0대4로 졌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올해 한국 대표팀은 FC바르셀로나 듀오를 주 무기 삼아 4강 문을 두드린다. 이승우(19)와 백승호(20)가 주인공. 바르셀로나 후베닐A(19세 이하) 소속의 이승우는 이달 8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 정도로 팀 내 간판 공격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백승호는 성인 2군 팀인 바르셀로나B 소속 미드필더다. 조 편성을 지켜보며 쓴웃음을 짓기도 한 신 감독은 “이렇게 험난한 조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면서도 “한 팀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조별리그에서 팀을 잘 만들어놓으면 토너먼트에서는 더욱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와의 U-20 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3승3무1패로 앞서 있다.
2017 U-20 월드컵은 지아니 인판티노 신임 FIFA 회장 체제로 치르는 첫 메이저 대회다. 최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나서 중국·일본·북한과의 2030년 성인 월드컵 공동개최 의사를 밝힌 뒤라 더 주목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5월20일 개막해 인천·제주·전주·대전·천안·수원의 6개 도시에서 나눠 치러지며 결승전은 6월11일 수원에서 펼쳐진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