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들과 겨룰 강력한 대항마였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 대행의 잇따른 불출마로 기댈 곳이 없는 보수층을 흡수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보수 진영은 황 대행에서 이탈한 표를 흡수해 일단 지지율을 상승시켜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황교안 표를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도로친박당’ 이미지를 지우고 외연 확장을 겨냥할 수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들의 과도한 언행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를 앞세운 바른정당도 지지율 정체가 심하다. 황 대행 표심을 끌어와야지 반전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한국당은 황 대행의 주요 지지층이 친박 성향의 강경보수파라는 점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1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적 성향의 분들이 황 대행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 표가 어디로 가겠느냐, 우리 당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행 표심이 중도보수 성향의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반대로 바른정당은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에서 지지율이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TK 유권자들이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에 우호적이지 않았는데 막상 탄핵 이후 누가 우리 지역의 정치를 대표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전날 한국당을 나와 입당한 지상욱 의원을 언급하며 한국당 내 비박계 추가 탈당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태 사무총장은 한국당 비박계를 향해 “각방 쓰고 계신 분들”이라며 “남편이 바람피웠으면 당당하게 이혼하는 게 답”이라고 탈당을 촉구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