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종영한 ‘대장금(MBC)’ 이후 13년 만에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 빛의 일기’로 복귀한 이영애에게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제작비 200억 원 가량의 대작으로 한·중 동시 방송을 목표로 제작된 데다 사극 ‘대장금’으로 한류스타가 된 그가 또 한번 퓨전 사극으로 신드롬을 일으킬지에 대한 기대도 높았기 때문. 게다가 사임당을 ‘워킹맘’으로 재해석한 것은 사극의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비현재성’을 극복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정작 뚜껑을 열어 본 ‘사임당’은 시청률 10%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드라마 속 ‘타임슬립’ 설정의 피로감에다, 공백기간 이영애가 보여줬던 부유하고 우아한 유부녀 이미지와 삶에 찌든 극중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 합니다’에 출연 중인 엄정화의 상황은 조금 낫다. 과거를 숨긴 채 불꽃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톱 가수 ‘유지나’를 연기하는 그는 실제 가수인 데다 영화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터라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은 덜하다. 오랜 배우 경력에도 연기력 논란이 뒤따르는 이영애·고소영과 달리 나름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출생의 비빌, 미혼모 등 막장 소재가 질타를 받고 있음에도 전광렬(박성환 회장 역)과의 중년 로맨스, 구혜선(모창가수 유쥐나 역)과의 ‘캐미’가 화제를 일으켜 시청률 13%를 돌파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공백기 동안 만들어진 배우의 이미지와 배역 간의 간극은 중년 여배우 복귀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배우 이영애와 고소영은 일단 공백기가 10년 이상이었고, 실제의 삶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부유하고 우아한 삶을 사는 기혼 여성으로 포장된 이미지가 너무 강해 연기자로 돌아왔을 때 장애요인이 된다”며 “시청자들이 ‘드라마려니’ 할지라도 기존 이미지와 드라마 속 배역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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