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韓, 최대한 버티겠지만 인상에 방점

자금유출보다는 가계빚이 뇌관

이철균 경제부장

미국이 15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인상하자 정부 안팎에서는 두 종류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나마 다행이다”는 게 첫 번째.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리 인상 시점이나 속도가 연준이 시장에 던진 신호대로 가고 있어 대응 시나리오를 짜기는 ‘조금’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금리를 네 번 올린다는 예측도 있었는데 세 번이면 우리에게는 25bp(1bp=0.01%포인트)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5bp는 가계부채 대응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도 17.08포인트 오른 2,150.08로 마감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7.08포인트(0.80%) 오른 2,150.08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60원 내린 1,132.40원, 코스닥은 5.20포인트(0.85%) 오른 613.88로 마감했다./송은석기자
하지만 이제 현실이 된 악재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짙어졌다. ‘점진적’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점도표(dot plot)’에 나타난 금리 인상 시점은 올해 추가 두 차례, 내년 세 차례, 오는 2019년 세 차례다.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2년 반 뒤에 3%가 된다. 결국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카드는 소멸됐고 한은은 ‘동결’과 ‘인상’ 카드 중 인상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경기 흐름은 여전히 좋지 않고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은 경제에 역행한다. 그렇다고 동결 카드를 계속 쥐고 있기도 버겁다. 통화당국의 한 관계자도 “정책금리가 역전되는 상황까지 가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1715A03 한미기준금리


①기준금리 인상…선택시기만 남았다


통화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부의 힘에 떠밀리듯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좋지 않은 그림”이라면서도 “갈수록 선택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한미 정책금리 차이는 0.25∼0.50%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책 여력은 그만큼 줄었다. 물론 한은은 한국 상황에 맞도록 간다는 입장이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버티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진다. 하반기에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그렇다고 섣불리 카드를 꺼내기에도 조심스럽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상황, 외인 자금 유출 가능성,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얘기다.

②금리역전 때는 자금유출?…“한국은 준 안전자산 지대”

미국과 금리가 역전될 경우 우려되는 것은 외인 자금 이탈이다. 과거에도 금리역전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년에 걸쳐 정책금리를 4.25% 포인트(1.0%→5.25%)나 급격히 올렸는데 이 과정에서 2005년 8월∼2007년 8월 연준 정책금리가 한은 기준금리보다 0.25∼1.00%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자금이탈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5년 금리역전기에도 우려했던 만큼의 많은 자금이탈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환건전성, 대외신인도, 막대한 경상흑자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이미 안정적 투자처 중 하나였던 셈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은 투자자들에게 이미 준 안전자산 지대”라면서 “금리역전이 꼭 자금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우리도 곧바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면서 “금리역전 이후에 자금흐름 상황을 점검하면서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③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저신용·다중채무·자영업자가 취약고리
1715A03 가계부채한계가구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1,344조3,000억원이다. 특히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약한 고리다. 한은은 10개 신용등급 중 7∼10등급인 저신용 차입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회사는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 많아 금리 인상의 충격이 크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도 문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5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무려 101만7,936명. 대출액도 108조9,324억원으로 4년 전보다 20.9% 증가했다.

정부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을 가속화하는 한편 가계부채 비상관리 체계를 구축해 매주 동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제2금융권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자영업자 대출관리 및 지원대책을 상반기 중 마련할 예정이다.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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