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술로봇 1호 ‘레보아이(왼쪽 사진)’와 이를 이용해 전립선암 수술 임상시험을 주관한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전립선암 수술에 성공한 수술로봇은 레보아이가 ‘다빈치’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난이도가 높은 전립선암 수술에 성공한 로봇수술기(수술로봇)는 ‘레보아이’가 ‘다빈치’에 이어 세계 두 번째입니다. (몸에 작은 구멍만 내고 로봇팔을 넣어서 하는) 모든 복부 수술, 즉 복강경 로봇수술을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셈이죠.”
국산 수술로봇 1호 레보아이로 전립선암 수술 임상시험을 한 나군호(사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17일 “세계 수술로봇 시장을 독식해온 ‘다빈치’로 해온 수술을 불편하지 않게 구현할 수 있었다”며 합격점을 줬다.
나 교수는 “수술을 받은 환자의 회복 경과와 만족도, 유효성·안전성도 다빈치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레보아이는 코스닥 상장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장비 업체 미래컴퍼니(049950)가 10여년에 걸쳐 개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레보아이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위해 미래컴퍼니에 전립선암·담낭 수술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를 요구했고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임상시험을 마쳤다.
나 교수는 미국 연수 때 로봇수술을 경험한 뒤인 지난 2005년 세브란스병원이 다빈치를 도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12년여간 수술에 써왔다. 그래서 다빈치의 기술적 우수성과 품질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여섯 대의 다빈치를 가동 중이며 단일 병원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6,000여건의 로봇수술을 했다.
나 교수는 “다빈치와 소모품인 로봇팔의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로봇수술을 포기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며 “레보아이가 수술로봇 가격과 수술비를 낮춰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빈치 최신 기종인 Xi 버전은 30억원이 넘는다. 전립선암 로봇수술비는 의료기관마다 다른데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700만원선이다. 입원비·검사비 등을 뺀 순수 수술비다.
나 교수는 “수술로봇은 광학, 정밀제어, 전기·전자·통신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의료기기”라며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을 두루 갖췄고 임상시험과 수술을 할 대형 병원들도 많아 글로벌 수술로봇 기업이 나오기에 유리한 여건을 가진 만큼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컴퍼니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종료 보고를 했으며 임상 결과 보고서를 첨부해 품목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식약처가 자료 보완을 요구하지 않으면 신청 접수일로부터 80일 안에 승인 여부가 판가름나는데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 수술로봇 시장은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독점하고 있으며 세계에 3,500대가량 판매됐다. 중국·이탈리아·캐나다·유럽 기업들도 수술로봇을 개발해왔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