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무능한 남편, 무책임한 친정 식구들을 부양하며 생존을 위해 성매매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윤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극단 공상집단 뚱딴지
<환영>의 주인공은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간다. ‘윤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무능력한 남편 대신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이다. 젖먹이를 떼어놓고 교외의 닭백숙집 종업원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친정 식구들, 책만 파고 있는 남편의 무기력함은 그녀를 몸 파는 여자로 전락시킨다. 윤영은 몰아치는 불행 속에서도 삶을 포기 하지 않는다. 황이선 연출은 이런 윤영에게 묻는다. “왜 죽지 않아? 왜 죽이지 않아? 왜 이 힘든 현실을 포기하지 않아?” 생활고에 의한 동반자살, 고독사 등의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 풍요로운 시대에 굶어 죽고, 바쁜 현대에 외로워 죽는 사람들이 존재고 그들은 죽어서야 관심을 받는다. 죽어야 해당 공무원들이 질책을 받고, 이웃들은 괴로워하며, 주변인들은 가책을 느낀다. 그래서 무대는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을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다. 연극 ‘환영’은 19세 이상부터 관람 가능한 공연이다.
무대로 만나는 소설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연극이다. 황이선 연출이 <환영>에 주목한 점은 ‘윤영’을 극단의 상황으로 내모는 다층적 구조다. 이 구조를 연극적으로 구현해보고자 직접 각색까지 맡았다. 연극은 친정 식구들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1, 남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2, 왕백숙집에서의 생활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3까지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그러나 같은 사건이 두 에피소드에 동시에 들어가더라도 장면은 다르게 표현된다. 각 에피소드 별로 ‘윤영’을 다른 사정, 다른 잣대로 보게 만들기 위함이다. 만약 윤영이 선의의 피해자이기만 했다면 이야기는 가짜가 됐을 것이다.
/사진=극단 공상집단 뚱딴지
이 시대 어른들이 삶의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왕백숙집은 처절하리만큼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그리고 불편하다.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가는 사건과 끈임 없는 일상의 장애물 속에서도 결국 오늘을 살아 내어 내일을 버티는 자들이 여기 무대에 있다고, 아니 지금 극장 밖을 나가면 거리에 있다고 증명하고자 하였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여러 기회가 아니다 단 하나의 문, 살아 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비상 탈출구이다. 그런데 연극 <환영> 에서는 애석하게도 그 출구가 몸을 파는 장소 ‘왕백숙’ 집이다. 그곳만이 윤영을 ‘오랜만이라고 어서 오라.’ 반겨준다. 그녀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연극 <환영>은 3월 30일(목) 부터 4월 16일(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배우 김설(제4회 서울연극인대상 연기상), 리우진, 김지원, 문병주, 노준영, 문승배, 이인석, 이준희가 출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