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소환…검찰 朴 전 대통령 뇌물죄 ‘정조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와 SK그룹간 ‘수상한 거래’에 수사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8일 최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지난해 11월 1기 특수본 수사 이후 넉 달 만이다. 이날 오후 2시에 검정 정장 차림으로 검찰 청사에 도착한 최 회장은 ‘재단 출연금 100여억원을 대가로 사명 청탁을 했느냐’,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할 때 면세점 관련 청탁을 한 게 맞느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특수본이 최 회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주목하고 있는 점은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이 사면을 대가로 한 금액이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달 21일 박 전 대통령 대면 조사를 앞두고 최 회장이 2015년 특별사면 된 이후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하는 등 정권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이른바 ‘사면거래’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나온 양측간 거래 정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헌법재판소 증언이다. 그는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 회장의 사면 계획을 김창근 의장에게 미리 알려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김영태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은 사면을 며칠 앞두고 최 회장이 수감된 교도소를 찾아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귀국은 사면을, 숙제를 그 대가를 의미하는 은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김 전 의장이 특사 발표 직전 안 전 수석에게 ‘하늘 같은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법조계에서는 특수본이 최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에 앞선 보강 조사라를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그를 불러 조사하면서 “일단 참고인”이라고 밝힌 점에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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