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엔씨타워2’ 빌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지스자산운용이 공유 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를 유치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사진=서울경제DB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타워2(옛 경암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공유 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와 입주를 협의 중이다.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인 엔씨타워2는 쿠팡이 지상 2층부터 19층까지 사용하다가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면서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는 빌딩이다. 이지스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패스트파이브를 유치해 기관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도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어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의 경우처럼 최근 들어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이 오피스 매입 단계에서부터 공유 오피스와 손을 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엔씨타워2와 인접한 삼성동 ‘일송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인 KTB자산운용도 높은 공실 문제의 해결책으로 공유 오피스를 찾았다. 일송빌딩은 미국계 공유 오피스 업체인 ‘위워크(WeWork)’가 15년 간 장기 임차할 예정이다. 위워크를 유치한 KTB자산운용은 현재 외국계투자자와 투자를 논의 중이며, 조만간 협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지난해 종각역에 위치한 ‘종로타워’를 매입한 싱가포르계 투자자 알파인베스트먼트는 홍콩계 공유 오피스 업체인 TEC를 유치했다. 수년 간 공실률 해소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3빌딩도 최근 TEC를 입주시켰다. 또 세빌스코리아는 작년 초 광화문 ‘타워8’에서 공유 오피스 브랜드인 벤타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빌스는 향후에도 고객사인 건물주가 필요로 할 시 자체적으로 론칭한 공유 오피스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부동산자산운용사들과 투자자들이 공유 오피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높은 공실률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서울 3대 권역(도심·여의도·강남)의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13.7%를 기록하는 등 2011년 이후 계속해서 10%를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수년간 오피스 공실률이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공유 오피스와 손을 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자산운용사들 뿐만 아니라 공유 오피스 업체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역삼·서초·논현 등에서 6개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파이브의 김대일 대표는 올해 강남을 중심으로 5~6개의 공유 오피스를 더 열겠다고 최근 밝혔다.
박인섭 CBRE코리아 리서치팀장은 “최근 운용사들이 공실 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임차 수요를 찾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오피스 사용을 늘리는 산업군이 제한적이다”며 “이런 가운데 공유 오피스 업계의 확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다 보니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도 “공유 오피스 업체들은 넓은 면적을 사용하고 장기간 임차하기 때문에 공실 해소와 투자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며 “공유 오피스 업체들의 확장세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오피스 시장에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