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김여사' 늘지만...해외 부동산펀드 투자 리스크 따져야

기관 이어 고액자산가에 인기
운용사 잇달아 출시 하지만
대부분 투자위험등급 높고
"낙관적으로 포장" 지적도
환율 등 따진 후 투자해야



저금리 시대에 해외 부동산 펀드가 대체투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장기 불황과 저금리가 본격화한 지난 2000년 초반 일본에 ‘와타나베 부인’들이 등장해 해외투자를 늘려나간 것처럼 한국판 ‘김여사’가 부쩍 늘고 있음에도 아직은 우려가 더 크다. 특히 ‘사서 묵히면 언젠가 오른다’는 믿음으로 투자한 강남 ‘복부인’들은 아직 해외 부동산에 군침만 삼킬 뿐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독이 든 사과’일까. 전문가들은 최첨단 금융상품처럼 소개되는 해외 부동산 펀드에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투자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관계자는 “투자 대상인 부동산의 가치뿐 아니라 환율·대출금리·자금유동성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펀드(공모·사모 전체) 중 해외 부동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월 말 현재 47.1%에 달했다. 10년 전인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17~20%대를 맴돌았지만 최근 수년간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에만 10%포인트나 늘어났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기관·법인 투자가에 이어 고액 자산가로, 이제는 개인투자자들에게로 인기가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KTB자산운용이 출시한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소재한 메리어트호텔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펀드 설정 전 문의가 빗발치며 인터넷 재테크 게시판에 ‘뉴욕 부동산 투자 여행’이라는 상품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사모펀드의 인기는 공모 해외 부동산 펀드 출시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미국 부동산 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 6일 출시한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에 이어 하나자산운용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빌딩 공모펀드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과거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한국WW베트남부동산(2007년)’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2012년)’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열기를 두고 저금리·저성장 속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에게 지나친 리스크를 권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대형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부동산 펀드는 대부분 투자위험등급이 1·2등급(매우 높은 위험·높은 위험)인데도 판매사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WW베트남부동산은 2014년 2월이 만기였지만 부동산 매각이 차질을 빚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청산을 못하고 있다. 김용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실물자산운용본부 팀장은 “현지 오피스 시장이 침체돼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청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펀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만기에 부동산을 적절한 가격에 되팔 수 있느냐다.

금리와 환율도 해외 부동산 펀드의 리스크 요인이다. 미래에셋의 미국·호주 부동산 펀드는 100% 환노출형으로 설정됐다. 헤지가 없어 달러가 강세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현지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펀드는 타격을 입는다. 2012년 설정된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은 5년 수익률이 -53.34%다. 최종 수익률은 만기 시점인 2019년 결정되지만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대출금리 상승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자금의 일부를 대출로 조달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펀드 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다. 임대수익이 매력이지만 거꾸로 펀드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국내 부동산 리츠인 ‘마스턴제7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최근 2년여 동안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설정되는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임차인 측과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거나 최소한의 임대료를 보장받는 구조로 이 같은 위험이 줄었다. 임차인의 중도 계약 변경 가능성도 존재한다.

해외 부동산 펀드 대부분이 3~5년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이다. 자금이 묶이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동산 펀드를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장된 국내 부동산펀드 ‘하나티마크그랜드’도 거래량이 전무하다. 투자기간 만료 시점까지 자금을 굴릴 수 없는 만큼 대안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부동산 펀드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황 실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국내든 해외든 부동산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저금리로 상대적으로 강해진 매력도 빠르게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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