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다양한 산업기술들을 연결하고 융합해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 이뤄졌던 단순한 정보 자동화 혁명을 넘어 기계와 제품에 AI가 결합돼 기존 지식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기업이다. 혁신의 동력은 결국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격려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며 변신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산업혁명의 원천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에 따르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대부분인 86.6%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정부는 소통과 화합을 통해 기업 중심의 정책적 포지션을 취하며 이들을 격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지난해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니언뱅크(UBS)가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 준비 순위’에서 한국은 25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ICT 관련 상품 무역수지 흑자 세계 1위를 달성하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돌입한 우리 경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2만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의 강점인 ICT 기술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하지 못해서다. 정부의 ICT 정책과 산업정책 간 엇박자 역시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ICT 기술과 산업 모두를 담은 기업 중심의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위한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산업혁명의 주인공인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대학과 연구소의 역할도 재정립돼야 한다. 새로운 산학연 협력의 목적은 지금의 기업들과 미래에도 공생하기 위해 기업을 혁신, 발전시키는 데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에는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처럼 민간과 호흡을 같이 하며 혁신적인 연구역량의 변신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지원부처가 산학협력과 산업연구를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소를 총괄 지휘해 기업 및 시장 맞춤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격려하는 정부의 노력은 중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은 “기술혁명의 출현은 시장실패의 보완을 넘어 기술혁신을 최대화하려는 대담한 미션을 정부가 떠안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을 격려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려가 아닌 희망이 될 것이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대한금속·재료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