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농촌에서는 이미 노인 고독사, 의료비 급증 등 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농촌 거주 가입자가 많은 만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 신기술과 보험사의 역량을 접목해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사실 농협생명의 이 같은 청사진이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보험사가 적법하게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분야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료법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어 자칫하면 의료법 위반 행위로 해석될 수도 있는 사업에 적극 나서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처럼 제한된 여건하에서도 보험업계는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향할수록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와 결합상품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헬스케어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는 헬스케어를 계열사의 협업을 통해 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미래 산업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플랜을 검토하고 있다. ING생명은 이달 들어 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 ‘아이워크 닐리리만보’를 론칭했다. 아직은 앱을 통한 건강 관리 결과를 보험상품이나 서비스에 직접 연계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많은 계약자를 선제적 건강 관리에 미리 동참시켜 향후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 곧바로 앱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AIA생명이 내놓은 건강 관리 프로그램인 ‘AIA 바이탈리티’도 마찬가지다. 1단계에서는 계약자에게 건강 관리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 후 결과치에 따라 계약자에게 제휴사 포인트나 무료 쿠폰 등을 리워드로 보상하지만 일본처럼 보험사가 영위할 수 있는 헬스케어 영역이 넓어지면 1단계 노하우를 곧바로 보험상품과 연계하는 2단계 사업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안방그룹의 계열사가 된 알리안츠생명도 건강 관리 앱을 운영 중이다.
미국 시그나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보험과 헬스케어 결합상품, 단독 건강 관리 서비스 등 헬스케어가 이미 수익형 비즈니스로 자리를 잡았고 이런 연계상품과 서비스가 실제 계약자들의 의료비를 낮추는 데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며 “하지만 본사의 헬스케어 노하우를 한국 시장에 가져와 활용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지적했다. 라이나생명에 따르면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그룹 회장이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해 언론, 금융 당국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보험 산업의 발전을 위해 헬스케어 시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