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우선협상권을 두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요청한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두고 금호와 채권단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을 부결할 경우 박 회장 측은 금호타이어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본안 소송 등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소송전으로 장기화되면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와 계약이 파기되는 것은 물론 한중 간 통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에 컨소시엄을 허용할지에 대한 안건을 서면으로 부의했다. 각 채권기관은 내부 협의를 거쳐 오는 22일까지 회신하면 된다. 금호타이어 채권기관별 비중은 우리은행(33.7%), 산은(32.2%), 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4%) 순이다. 이 밖에 농협은행·KEB하나은행·광주은행 등 기타 주주협의회 소속기관들은 5% 미만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별 채권비율로 보면 산은과 우리은행 모두 찬성해야 가결요건인 75%를 넘기게 된다. 반대로 30%대 의결권을 보유한 산은과 우리은행 중 1곳이 반대하면 안건은 부결된다. 먼저 산은은 컨소시엄 허용에 대해 논쟁이 불거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컨소시엄 허용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부결 가능성이 점쳐진다. 나머지 은행들 역시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별다른 이견은 없는 상태다.
박 회장 측은 이에 소송전도 불사한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박 회장이 문제 삼고 있는 조항은 채권단이 투자자에게 보낸 공문에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이를 근거로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할 뿐이지 컨소시엄 구성까지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박 회장이 소송을 앞세울 경우 매각이 장기화되면서 더블스타와의 계약이 깨질 공산이 크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주식매매청구권(SPA)을 체결하면서 매매금액의 10%를 받은 상태다.
채권단이 우려하는 것은 더블스타와의 계약이 깨질 경우 계약금 위반 등을 떠나서 중국과의 국제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개인 자격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것이라며 컨소시엄 구성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더블스타도 그 조건을 전제로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마저 국가 제조업을 중국업체에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넓은 의미에서 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채권단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와 계약 체결 과정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박 회장 부자가 오로지 개인 자격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조항이 전제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조건을 바꾸면 국제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회장 측의 소송전으로 더블스타와 계약파기는 물론 박 회장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더블스타와의 계약조건을 통보한 날을 기준으로 30일 이내인 다음달 13일까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자금 조달 계획을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에서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서와 확약서를 받은 지난 14일부터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30일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 측으로서는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이 길수록 투자자 확보와 인수자금 마련 등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