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권욱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서 곧바로 구속 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와 특별검사 수사에서 뇌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총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많고 중대하다 보니 2기 체제로 접어든 특수본이 소환 조사에서 캐물을 게 많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폭넓게 수사하기 위해 소환 조사 이후 구속 수사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2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 조사에 참여할 검사로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특별수사1부장검사와 한웅재(47·28기) 형사8부장검사를 낙점했다. 또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면조사 준비 상황도 최종 점검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조사 장소까지의 수행을 손범규 변호사가 맡고 조사실 입회는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특수본과 박 전 대통령 측이 소환 조사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마치고 진검 승부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양측은 박 전 대통령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출연과 삼성 특혜 관련 뇌물 등을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뇌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을 시작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을 중점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에 비해 조사시간이 많지 않아 각 사안마다 주요 질문을 꼽아 선별적으로 묻는 이른바 ‘송곳 질문’ 전략도 마련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수본이 재차 박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하기가 여의치 않은 만큼 이번 소환 조사가 그에 대한 구속 수사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4월이면 본격적으로 대통령선거 국면에 돌입하는 터라 검찰이 소환 조사 이후 곧바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박 전 대통령을 조사대에 앉히고도 수사 과정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구속영장 청구 등 조치가 다음달 초까지 늦춰지면 ‘대선 개입’ 등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특수본은 소환 조사 이후 추가 수사할지를 판단한 뒤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소환 전에 전할 메시지가 이번 조사와 구속 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 즈음에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심경 등 간단한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반대로 혐의를 부인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택 앞에서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힌 전례가 있는 만큼 돌연 ‘수사 거부’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은 조사를 앞두고 대체로 고요한 분위기였다. 오전 한때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삼릉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와 박근혜지킴이결사대 등이 충돌하기는 했으나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안현덕·김우보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