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美 증시, 행복끝 불행 시작?

연준 금리인상에 추세전환 조짐
주식배당수익률 국채에 역전되고
美기업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등
증시 가늠 지표도 내리막길 돌입
"상승동력 잃고 하락" 전망 잇따라

8년간 활황장세를 이어온 미국증시가 상승동력을 잃고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달려온 증시가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실질적인 인상을 계기로 추세 전환 흐름을 보이는데다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는 여러 지표 역시 내리막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 업체 팩트세트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시중금리 기준물인 미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 2.50%로 뉴욕증시의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편입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1.91%)을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국채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경제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지만 장기채 수익률 상승은 투자 선호도 변화에 따른 주식 하락장세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는 또 “미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1년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채권을 살 때 가격 상승을 노리고 주식을 살 때는 배당 수익을 노렸다”며 장기투자인 채권시장이 극도로 낮은 수익률 때문에 외면받았던 시기가 끝나고 있다며, 투자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웨이 렌 펜 뮤추얼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현저히 낮은 국채수익률이 금융자산 가치를 고공 행진하게 했던 배경”이라며 국채수익률이 3%로 오르면 주식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상장기업들의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돼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S&P500지수 대기업들이 올 1·4분기에 평균 9.0%의 영업이익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연초 전망치인 12.3%보다 3.3%포인트나 낮은 수치로 배당 여력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 등의 성장이 둔화될 경우 채권수익률 상승은 주식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증시를 충격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추이 역시 미 증시 하락국면을 예고하는 편에 섰다. 같은 날 FT는 올해 1~2월 ETF에 투자한 전 세계 자금 규모가 총 1,31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ETF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약 7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시장 전문가들은 ETF 유입자금이 급격히 불어난 것을 주가 하락을 단언하는 증거로 볼 수는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과열 양상에 돌입한 ETF 투자금이 상당 부분 단기자금 성격이어서 자금 흐름이 추세적으로 전환할 경우 주가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RWC 최고경영자(CEO)인 댄 매닉스는 “ETF로 유입된 자금 대부분은 단기자금이어서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매도 압력으로 이어져 ETF 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회사 어비바인베스터스의 유안 먼로 CEO도 “투자자금의 흐름은 틀이 바뀌기 직전 최대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며“ETF로 몰린 투자자들의 모습이 닷컴 버블로 이어진 1999년과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과 비슷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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