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에 설립된 쌍용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인이 다섯 번이나 바뀔 정도로 부침을 겪었다.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았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주인이 된 후 경영이 악화해 2008년 당기순손실이 7,000억원에 달했다. 생존이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2009년 2,6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다행히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지고 회심의 역작인 ‘티볼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해 9년 만에 흑자를 냈다. 사정이 나아지자 회사는 정리해고했던 직원의 일부를 복귀시켰고 노조는 무분규로 화답했다. 하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직원이 더 많다. 쌍용차가 계속 분전해야 하는 이유다.
쌍용차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기적처럼 부활했지만 업황 부진으로 위기에 처했는데도 여전히 노사 갈등을 빚는 기업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이 고전하며 2014~2015년 대규모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분사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고 임단협을 10개월째 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더 나쁘다. 수조 원의 혈세를 퍼붓고도 유동성 위기가 나아지지 않자 다시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 이미 2,000명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직장을 잃는 이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직장을 잃지 않으려면 생산직 직원들은 급여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노조가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고통과 희생이 불가피하다.
쌍용차가 35년째 만들어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이름은 ‘코란도(Korando)’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뜻을 담고 있다. 티볼리가 잘 팔리지만 기자는 쌍용차 흑자 전환의 일등공신이 코란도라고 생각한다. 쌍용차를 버티게 해준 것이 코란도이기 때문이다. 코란도 차명처럼 한국인은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희망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어렵지 않은 업종이 없지만 조선업이 특히 힘들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조선업 종사자들이 ‘코란도’의 마음으로 고통을 분담했으면 한다. 회사가 살아야 다닐 직장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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