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차만 딜러냐" 벤츠코리아 특혜시비 도마에

청계·산성·부산·순천 등
목좋은 지역 딜러권 선점
벤츠 "공정 절차" 해명에도
"특수관계 작용했을것" 의혹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성에 전시장을 열었다. 전시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평택 고덕 국제신도시와 10km 떨어진 곳이다. 이 곳은 5만6,000여 가구가 들어서고 약 14만명이 거주하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 직원들이 고연봉인 점을 고려하면 벤츠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최근 지방 수입차 시장 중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다. 지난해 순천시의 수입차 판매량은 전남 전체에서 가장 많았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순천시의 판매량은 40% 급증했다. 한성차는 올해 1월 순천 전시장을 열었다.

한성자동차가 주요 판매 거점을 빠르게 확장해가면서 또다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한성차에 특혜는 없고 글로벌 기준에 따라 공정한 절차를 거쳐 거점 운영사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성차가 벤츠코리아의 사실상 2대 주주라는 점에서 시선은 곱지 않다. 벤츠코리아 등 독일 수입차 3사와 딜러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발표는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벤츠 잘 팔리는 곳, 한성차가 있다=한성차는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서초 청계와 경기도 안성, 부산 북구, 전남 순천 등 4곳의 전시장을 추가했다. 해당 지역은 공통점이 있다. 벤츠가 잘 팔리거나 잘 팔릴 것으로 전망되는 곳이다. 서울 서초구는 강남구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수입차가 많이 팔린다. 한성차는 이미 서초구에 2개의 전시장이 있는데 5월 또 한군데 늘렸다. 부산 북구 전시장이 위치한 덕천동 인근은 5,239가구의 화명롯데캐슬카이저를 비롯해 신흥 주거지역으로 개발이 본격화되는 곳이다. 전남 순천 역시 수입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시장을 열 만큼 전남 지역 최고의 시장으로 뜨고 있다.


한성차는 벤츠의 가장 오래된 딜러다. 벤츠코리아가 생기기 전부터 벤츠를 국내에 팔았다. 목 좋은 지역에 전시장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규 거점 확보에도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수입차 딜러들은 보통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나눠 갖는데 한성차가 안성이나 순천처럼 성장세가 본격화되는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서 전국구 딜러로 떠올랐다”며 “단순히 오랫동안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전시장을 줬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벤츠와 특수관계…기약없는 공정위 조사=한성차가 주요 지역을 잠식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벤츠코리아와 한성차의 특수 관계에 주목한다. 한성차의 모회사인 레이싱홍그룹은 벤츠코리아의 지분을 49% 가진 2대 주주다. 또 벤츠코리아 이사회에는 레이싱홍그룹 소속 간기안셍 자동차사업군 대표, 앤드루 로저 바삼, 오너 일가인 라우 유착 등 세 명이 올라있다. 판매 물량이나 거점 선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업계에서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성차는 벤츠코리아의 금융 계열사인 벤츠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의 2대 주주(지분 20%)로도 평가받는다.

이미 한성차는 주요 지역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벤츠는 총 7,286대를 팔았다. 6대 광역시 중 서울에 이어 가장 많다. 부산 벤츠 딜러는 스타자동차와 한성차가 양분하고 있다. 스타차는 한성차와 같은 레이싱홍그룹 계열이다. 사실상 한 딜러가 부산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천에는 벤츠가 2개의 전시장(인천, 송도)을 갖고 있다. 모두 한성차가 운영한다. 지난해 인천에서 벤츠는 총 4,333대 팔렸다. 송도 국제도시가 부촌으로 부각되면서 소비력이 큰 거주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배경에 착안해 벤츠코리아와 한성차 등 독일 3사 브랜드와 주요 딜러사 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지난해 10월부터 진행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꼼꼼히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언제 조사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수입차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여러번 조사했지만 단 한차례도 명확한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며 “수입차 시장이 커지는 만큼 수입차 한국 법인의 지나친 권한을 줄이고 딜러 권익 향상을 통해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일인 만큼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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