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왼쪽) 포스코 회장과 톰 슈슬러 엑손모빌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슬러리파이프용 고망간강 양산 및 공급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철에 망간을 혼합해 개발한 신소재 고망간강이 세계 1위의 미국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의 오일샌드 송유관(슬러리파이프)에 쓰인다. 고망간강이 슬러리파이프에 쓰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용 초고장력장판에 이어 고망간강 파이프까지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WP(월드 프리미어) 전략’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엑손모빌과 공동 개발한 슬러리파이프용 고망간강의 양산 및 공급에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엑손모빌은 앞으로 설치하는 슬러리파이프는 물론 기존 파이프 교체 시 포스코의 고망간강을 사용한다.
고망간강은 철에 망간을 혼합해 만든 합금으로 강도가 높고 마모성이 작다. 그러나 가공이 어려워 쉽게 상용화되지 못했다. 그동안에는 굴삭기 등 중장비에만 주로 사용해왔다. 다른 용도로는 포스코가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에 고망간강을 사용한 선박용 후판을 공급한 정도다.
엑손모빌이 고망간강으로 만든 슬러리용파이프를 도입하기로 한 것 역시 강도 때문이다. 엑손모빌은 석유 고갈에 따라 오일샌드를 개발해왔지만 오일샌드 특성상 모래와 자갈 등을 함께 옮기는 과정에서 파이프가 쉽게 마모되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에 따라 5년 전 포스코와 공동으로 고망간강을 이용한 슬러리파이프 개발에 착수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엑손모빌의 캐나다 컬 오일샌드 프로젝트에 1.2㎞의 고망간강 슬러리파이프를 시범 설치했더니 기존 파이프보다 마모성이 5배 이상 우수하고 마모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파이프가 더 단단해졌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고망간강 파이프 공급은 의미가 크다. 석유 매장량이 고갈돼 가면서 대체재인 오일샌드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고망간강 슬러리파이프에 대한 메이저 정유회사의 수요 역시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신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고망간강은 일반 냉연 열연 제품에 비해 톤당 가격이 2배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권 회장은 “고망간강을 활용해 슬러리파이프뿐 아니라 오일샌드 산업 내 다양한 방면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