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NEW SKT'…이동통신·인공지능 두 바퀴로 굴러간다

인공지능(AI)사업 부문 강화를 뼈대로 한 이번 SK텔레콤의 조직개편은 지난해 취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 조직을 정비하고 강화한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시장 형성 초기이기는 하지만 SK텔레콤이 최근 경쟁이 심화되는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박 사장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한국어 음성인식이 뛰어난 SK텔레콤 기술을 활용해 애매한 명령을 해도 소통이 가능한 한국형 AI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인공지능을 비롯해 미디어와 사물인터넷(IoT)을 3대 축으로 한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조직개편 방안으로는 인공지능 관련 사업 조직을 통합해 하나의 사업본부로 만드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텔레콤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연구개발(R&D)은 SK텔레콤기술원이 맡고 있다. 고객 접점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업본부에서 관련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있으며 지난해 출범한 ‘SK-T브레인’이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아울러 분산된 자율주행차·스마트홈·빅데이터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영역도 한데 묶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조직을 하나의 체계로 묶음으로써 조직 간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기술개발에서 마케팅까지 더욱 효율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의 사업본부로 재편하면서 그동안 국내 인공지능 업계가 힘들어했던 인재 확보에도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이 사업조직 재편으로 인공지능 사업에 의지를 보여준다면 우수 인재 유치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구글이나 아마존 등 선발 업체들에 인공지능과 관련한 인재들이 집중하고 있다”며 “후발 업체인 국내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인공지능 기술 관련 시장은 최근 들어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 ‘누구’를 출시하면서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어 KT는 올 1월 인공지능 기기인 ‘기가지니’를 선보이며 SK텔레콤을 견제하고 있고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손잡고 이달 초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를 공개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으며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공개하는 ‘갤럭시S8’에 자체 개발 인공지능인 ‘빅스비’를 탑재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 출시한 ‘누구’가 음성 비서 역할은 물론 집안의 사물인터넷을 관리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까지 역할을 확대해 가정용 사물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말은 한국 기업의 인공지능이 가장 잘 분석한다는 판단하에 SK텔레콤 측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구글이나 IBM·아마존 등이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선두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 1위 사업자가 나라별로 다르듯이 인공지능도 결국 초기에 누가 시장을 장악하느냐가 시장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영어권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아마존과 구글이 한국에서만큼은 지배력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호·양철민기자 jun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