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백 녹차 한 잔 내주더라고요. 시나리오 읽고 이 작품 되게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손현주는 영화 ‘보통사람’에 출연한 배경에 대해 묻자 연출을 맡은 김봉한 감독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성진의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 모습이 보였다”면서 “권위적이거나 무서운 아버지가 아닌 친근한 아버지였는데, 성진에게서 따뜻하고 밝은 아버지가 보여 출연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1987년 삼엄했던 정치·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애틋한 가족애를 그렸다. 이를테면 ‘떠리’라고 씐 바나나 두 개를 사다가 아들 하나 주고, 바나나 하나는 껍질을 까서 아내에게 주고 자신은 껍질을 핥아 먹는 장면 등이 그렇다. “그게 바로 1980년대 보통사람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내 가족 먼저 챙기고 나는 떨어진 런닝셔츠를 입든 바나나 껍질을 먹든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 그런 가족 말이에요. 그게 행복이었고요.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고초를 겪었던 게 또 1980년대가 아닌가 싶어요.”
이 작품은 투자는 물론이고 캐스팅 자체도 쉽지 않았다. 손현주를 제외한 어떤 배우도 주연에도 조연에도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 그러나 극 중 자유일보 기자 추재진 역을 맡은 김상호, 성진의 아내 역을 맡은 라미란 등이 손현주를 믿고 출연하게 됐다. 그는 라미란에 대해 “‘보통사람’ 찍으면서도 다른 영화, 드라마를 찍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이 빡빡했는데도 출연을 해줬다”면서 감사를 표했다. 김상호에게는 “직관적으로 동물적 감각으로 연기하는 매우 독특하고 훌륭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