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풀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소통 행보

조종사 노조 사무실 방문
임협 안건 점진적 검토
노조도 2차파업 철회 화답

조원태(사진) 대한항공 사장이 조종사 노동조합과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나섰다. 소송전으로 얼룩진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의 관계가 조 사장 덕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최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조종사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이규남 위원장 등 간부들을 만났다. 24일로 예고된 조종사 노조의 2차 파업을 앞두고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최근 몇 년간 배당을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임금협상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또 “취임한 지 2개월밖에 안 돼 새로운 정책을 실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2017년 임협에서 제시하는 안건을 점진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새로운 내용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아직 2015년 임금 협상도 타결하지 못한 상태다. 조종사 노조는 임금 29%의 인상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일반직 노조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1.9%를 제시했다. 그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17차례에 걸친 협의에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12월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양측은 감정적으로도 많이 상해 있는 상황이다. 조종사 노조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배임죄로 고소했고 대한항공은 ‘준법투쟁’을 주장하던 기장을 해임했다.

업계에서는 조종사 노조의 2차 파업에도 대한항공 항공기 운항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파업에는 65명이 참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평소에 휴가를 가는 조종사도 65명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먼저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인 점에서 조 사장의 행보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1월 부임한 후 꾸준히 노조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부임 후 첫 행보가 조종사 노조, 조종사 새 노조, 일반 노조 등 3개 노동조합 방문이었다. 같은 달 열린 항공가족 신년인사회에서도 “조종사 노조를 앞으로 더 자주 만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와의 근본적인 관계 회복 없이는 대한항공의 발전을 이끌기 힘들다고 조 사장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종사 노조는 실제로 조 사장의 노력에 응답했다. 기존에 예고했던 2차 파업은 물론 주주총회에 앞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집회도 취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원의 행복과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소신이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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