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차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자신과 최씨, 최씨 조카 장시호(38)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최씨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 후 후원할 기업이 없냐고 물어보자 삼성이 해줄 것 같다고 대답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라며 “후원해 줄 곳을 알아봐달라는 최씨 부탁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5년 8월20일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 사장과 만나 BH(청와대) 관심사항이라며 어린이 빙상 프로그램 후원을 거론하고 이규혁 영재센터 전무와 연락해 보라고 하지 않았냐”는 검찰의 물음에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그해 10월께 김 사장으로부터 “영재센터에 지원하겠다”는 전화 연락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내가 먼저 요구한 적 없어) 생뚱맞게 여겼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최씨가 실질 소유한 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2,000여만원을 후원하도록 김 사장을 압박했다고 본다.
김 전 차관은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최씨 소유의 마케팅 회사 더블루K와 80억원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GKL과 더블루K의 계약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침과 최씨 요청 때문에 체결된 걸로 보인다”는 검찰 신문에 “청와대 요구 사항은 모르고 다만 이기우 GKL 대표의 설명을 듣고 중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 요구 때문이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로서 용역(에이전트)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씨가 요구하는 것을 안들어준 게 들어준 것보다 많다. 항상 들어준다는 생각은 없었다”면서 “(최씨와) 불편한 관계였다”고도 말했다.
김 전 차관의 이 같은 증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씨 등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점을 이용해 자신을 무죄로 만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 후원금을 특검이 뇌물로 판단한 만큼 이와 관련해 자신이 받고있는 직권남용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