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결의안은 중국의 7가지 보복조치 유형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해 주목된다. 특히 롯데제과의 합작사인 미국 허시가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가 “분명한 대중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반색할 만한 일이다. 앞서 상하원 주요 의원들은 앞다퉈 중국의 보복조치를 비난하는 개별 성명을 발표했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방중 과정에서 미국 측의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한마음으로 뭉쳐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데도 정작 우리 정치권은 사드 배치가 남의 일인 양 계속 어깃장만 놓고 있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국회에는 일찍이 사드 보복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됐지만 3월 임시국회가 끝나가도록 논의 한번 제대로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국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만 세를 불리고 있다.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 전권을 넘기라는 대선주자들의 눈치나 살피면서 당파 싸움에만 골몰하느라 국가의 안위는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들 사이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냐는 탄식이 나오는 실정이다.
북한은 내일이라도 당장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환경은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나 홀로 ‘전략적 모호성’을 입버릇처럼 되뇌고 있다. 한국 축구를 꺾은 중국에서는 “애국은 입으로만 외치는 게 아니라 실력과 능력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오늘도 대선판이나 기웃거리는 정치인들은 그 의미를 두고두고 곱씹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