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니스트이자 SF 작가 겸 평론가인 고장원 작가는 ‘SF의 힘’에서 SF를 ‘사고 실험실’로 정의한다. SF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물론 이를 실현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이지만 기술의 상용화에 앞서 과학자의 머리 속에 1차 회로도를 그리는 역할을 한다. 인력이 아닌 기계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은 1869년 쥘 베른이 발표한 ‘해저 2만리’에 소개됐고 조선 기사 사이먼 레이크는 이를 바탕으로 1894년 잠수함 시리즈를 개발했다. 1932년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그린 인간복제기술은 64년 뒤 복제양 돌리로 현실화됐고, 1945년 인공위성 3개로 지구를 둘러싸면 지구촌을 대상으로 통신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했던 아서 C. 클라크의 상상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상상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를 글로 옮기는 데도 고작 잉크와 종이가 들 뿐이다. 그러나 상상의 결과물은 엄청나다. SF 예찬론자인 일런 머스크는 SF를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고 전기차 혁신은 물론 왕복운행이 가능한 우주선 개발로 우주 혁신까지 이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된다면 인류는 행복할까. 음식이 사라지고 삼각형, 사각형 모양의 알약이 식사를 대체한다면 인류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인간은 휴머노이드와 사랑할 수 있는가. SF는 미래를 무대로 하지만 현실의 우리를 거울처럼 비추며 이 같은 의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막연하다고 믿었던 미래가 현재형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점에 SF의 생명력은 이어질 수 있을까. 저자의 답은 이렇다. “SF란 하루하루 변하면서 쏜살같이 달리고 있는 과학이란 열차에 타고 있는 인간을 순간포착해서 카메라로 찍은 다음 인간학적인 해석을 덧붙여 놓은 해설서다. 과학은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과학 소설 역시 관찰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인류 스스로 과학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한 과학소설이 던지는 문제 제기와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통찰은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