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042660)에 2조9,000억원의 혈세를 추가 투입하기로 한 와중에서도 노조 측은 “꼭 채권단이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대우조선 노조는 24일 홍성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의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노조와 회사, 정부, 채권단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대우조선 자체의 생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이미 많은 부분의 고통을 충분히 분담하고 있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채권단이 지원 조건으로 내건 고통 분담에 대해서는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우조선은 최근 공문을 통해 노조에 전 구성원의 임금 10% 삭감을 요구한 바 있다.
일단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자구 노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노조가 현실을 직시하는 조합이고 4자 회담 역시 협조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면서 “4자가 되든, 3자가 되든 협의를 통해 좋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조가 정부와 채권단을 끌어들이는 것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3조원에 가까운 신규 자금을 지원해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는 밑그림에는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등 자구노력의 실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속한 자구 이행이 필요하다”며 “노조 설득은 경영진이 책임지고 해야 할 문제로 이미 더 큰 부담을 떠안은 정부와 채권단이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며 “대우조선 근로자들도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적극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