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0여년 전 그들은 같은 대학교 선후배·동기로 달콤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운명’은 그렇게 찾아왔다.
대선주자들의 ‘러브스토리’다. 이들은 지금 청와대에서의 인생을 꿈꾼다.
19대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대선주자들의 러브스토리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지지율 1~3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드라마틱한 연애 스토리의 공간이 모두 같은 대학 캠퍼스 안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들 후보 가운데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경우 우리나라에도 사상 처음으로 ‘캠퍼스커플(C.C)’ 출신의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경희대에서 만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아내 김정숙씨. /사진제공=문재인캠프
문재인-김정숙 부부유신반대 시위서 사랑 싹터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 눈길
◇최루탄 속에 꽃 피운 사랑=지지율 1위의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아내 김정숙씨의 연애 스토리에는 197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문 전 대표는 경희대 법대 재학시절 축제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당시 경희대 음대 1학년이던 김씨는 친구 오빠의 소개로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문 전 대표의 첫인상은 별로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듬해 둘 사이를 이어준 결정적 사건이 벌어졌다. 유신 반대시위의 선두에 섰다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문 전 대표를 발견한 김씨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며 돌봐줬다.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된 연애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문 전 대표가 두 번의 구치소 수감과 군 복무에 이어 사시 준비를 위해 절에 들어간 동안에도 김씨는 참고 기다렸다. 김씨의 헌신적인 내조는 대선 기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매주 홀로 연고도 없는 호남을 찾아 지역민들과 끈끈한 스킨십을 이어가며 ‘문재인의 호남특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고려대 도서관에서 만난 안희정 충남지사와 아내 민주원씨. /사진제공=안희정캠프
안희정-민주원 부부
도서관서 만나 평생 동지로
학생운동 때 옥바라지하기도
◇83학번 동기이자 평생의 동지=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아내 민주원씨는 고려대 83학번 동기다.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안 지사 부부가 처음 만난 장소는 의의로 학교 도서관이었다. 안 지사는 최근 고려대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공개한 아내와의 러브스토리에서 “1학년 때 중앙도서관에서 키가 크고 예쁜 여학생을 만났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안 지사는 “가난한 청춘이었지만 수업을 같이 듣고 고려다방에서 3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학내를 걸으며 데이트했던 추억이 생생하다”며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지, 두 아이의 엄마”라면서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철학과 출신인 안 지사는 아내를 사귀기 위해 민씨가 다니던 교육학과 수업을 같이 듣기도 했다. 학생운동으로 붙잡힌 안 지사의 옥바라지를 해오던 민씨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최근에는 둘 사이의 애정을 과시하듯 인기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사진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에서 인연을 맺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아내 김미경 교수. /사진제공=안철수캠프
안철수-김미경 부부
의대 선후배로 학구파 커플
묵묵히 응원하며 무한 신뢰
◇의대 선후배로 만난 학구파 커플=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아내 김미경 교수는 서울대 의대 1년 터울의 선후배 사이로 일명 ‘엄친아·엄친딸’ 커플로 통한다. 의학도 출신의 성실한 학구파 커플답게 안 전 대표와 김 교수는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고 의료봉사활동을 다니며 사랑을 싹 틔웠다. 안철수·김미경 커플은 학창시절 대부분의 데이트를 헌책방에서 책을 읽는 데 보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 교수는 남편에 대해 “정말 상당히 똑똑하다”며 “이 사람은 노벨상을 받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다른 대선주자 부인들에 비해 대외활동이 많지 않지만 안 전 대표가 의대를 그만두고 안랩을 창업할 때나 정치판에 뛰어들 때 모두 묵묵히 남편을 응원하며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치열하고 살벌한 전투가 매일 벌어지는 대선 국면에서 대선주자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준다. 국민들은 대선주자들의 러브스토리가 ‘애민(愛民) 스토리’로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