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풍경화첩·9억 조선백자…뉴욕 경매에 나온다

내달 25일 '한일 고미술 경매'
보물급 문화재 53점 선보여
31일까지 '서울 프리뷰' 열어

화가 미상이나 조선 중기 구한의 시와 낙관이 확인된 ‘소상팔경도’. 그림 각각 34.6x27 cm로 8폭 모두 전해져 추정가는 80만~120만달러로 책정됐다. /사진제공=크리스티코리아


#중국 후난성 동정호 부근의 소수와 상수 경관을 그린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소재로 동아시아 전역에서 즐겨 그려졌다. 세월이 흘러 한두점 잃어버리기 십상인 소상팔경 8첩이 온전하게 갖춰진 형태로 오는 4월 2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다. 화가의 낙관은 알아볼 수 없으나 임금의 사위, 즉 16세기 중종의 다섯째 딸 숙정옹주의 남편 능창위 구한(1524~1558)이 그림을 감상하고 쓴 시가 적혀있어 가치를 드높였다. 추정가는 약 9억~13억5,000만원(80만~120만달)으로 책정됐다. 일본의 개인 소장가 집에서 나온 작품이다.

18세기 조선 도자기로 추정되는 ‘청화백자추초문호’. 사방으로 수복강녕을 한 글자씩 적은 게 특이하다. 추정가는 약 8억~9억원(70만~80만달러)이다. /사진제공=크리스티코리아
#한국 고미술의 역대 경매 최고가 기록은 도자기가 휩쓸고 있다. 1996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거래된 ‘철화백자용문항아리’가 당시 842만달러(약 113억원)에 팔렸고, 왕실 도자기로 꼽히는 ‘청화백자운룡문항아리’가 2011년에 389만달러, 2012년에 321만달러 등에 거래됐다. 다음 달 뉴욕 경매에 나오는 18세기 ‘청화백자추초문호’는 왕실용은 아니지만 네 면에 수복강녕(壽福康寧)이 돌아가며 한 글자씩 적힌 게 이채롭다. 추정가는 약 8억~9억원(70만~80만달러). 가을철 풀을 그린 추초문이 운치있다.

보물급 유물을 포함한 한국 고미술품 53점, 약 323만달러 어치가 무더기로 뉴욕 경매에 나온다. 지난 2014년 3월 미국인 수집가 로버트 무어 컬렉션 130점이 나와 낙찰총액 약 162만달러(18억원)를 거둔 이래로 이처럼 다량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최근 뉴욕 미술시장이 아시아 고미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달 초 ‘뉴욕 아시안위크’ 기간에는 세계 굴지의 경매사들이 일제히 동양고미술 경매를 열었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크리스티는 역대 고미술경매 최대 낙찰총액인 3억3,278만달러를 기록했다. 예년 평균인 5,000만달러 규모를 훌쩍 넘은 성과는 일본 후지타미술관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내놓은 희귀작에 컬렉터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구매자 대부분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도 작품 구매를 멈추지 않는 중화권 수집가와 유가변동에 개의치 않고 명품을 사모으는 두바이 등 중동 왕족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크리스티 뉴욕 측은 전했다.

유럽의 장기 불황까지 맞물려 글로벌 아트마켓이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수준까지의 급감세로 돌아선 상황이라 ‘아시아의 구매력’이 돌파구로 지목되는 중이다. 유시 필커넌 크리스티 글로벌 대표는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인상주의와 전후 미술 경매에서도 아시아 고객이 강세였고 그 영향이 뉴욕의 아시아 고미술경매에도 반영된 것”이라며 “아시아 고객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 전시공간을 확충·확장하고 낙관적인 미국시장도 아시아 고객과 비벌리힐즈를 타깃으로 LA 쪽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의 고미술경매’라고 이름 붙은 다음 달 뉴욕 경매에는 이외에도 영국 빅토리아앤알버트 뮤지엄이 소장한 것과 유사한 17~18세기 조선의 ‘투구’(추정가 6만~8만달러)도 출품된다. 일본의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투구에 일본식 장식이 덧대져 한동안 일본 유물로 분류된 탓에 타 박물관 소장이력이 중요한 단서가 됐다. 신라 금관과 통일신라의 청동불입상, 16세기 후반의 조선 불화, 청화백자류와 정조시대 옹주의 ‘어보’, 18세기 ‘송하맹호도’, 추사 김정희 글씨와 조선후기 8폭 책가도 병풍 등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유물이 경매에 오른다. 크리스티코리아는 이 중 주요 출품작을 오는 27~31일 ‘서울 프리뷰’를 통해 국내에서도 선보인다.

예측불허 경제 상황에는 고미술이 안전자산처로 분류되고 그 영향으로 국내 미술시장도 최근 경매를 중심으로 고미술이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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