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오랜 기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안전보건 시스템을 체계화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했죠. 이 때문에 시스템을 내실화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 부문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이 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제 자그마한 바람입니다.”
뼛속까지 안전보건맨인 이 이사장이 한국 안전보건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원·하청 공생협력 강화 프로그램이다. 이는 모기업이 하청업체 등 협력업체의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고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면 공단이 그에 맞춰 자금과 교육 등의 서비스를 모기업과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공단과 함께 사업장별 추진 결과를 평가해 우수사업장에는 다음해 정기감독 유예 등의 혜택도 준다.
“산업재해로 다치는 근로자는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하청업체 비정규직입니다. 협력업체는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 여력이나 정보가 부족해 스스로 재해예방에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전보건 공생 프로그램은 협력업체 재해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과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난 2012년부터 참여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협력업체 재해율과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었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2015년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은 0.30%와 0.71bp로 전년(0.37%, 0.95bp)보다 각각 18.9%, 25.3% 줄었다. 2014년에는 각각 12.0%, 17.1% 감소했다.
2012년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화토탈의 경우 원청의 재해율은 2015년 0.30%에서 지난해 11월 0.07%로 떨어졌고 협력업체는 같은 기간 0.14%에서 0.10%로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화토탈은 협력업체에 자율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또 협력업체를 평가해 우수업체 포상, 불량업체 입찰제한 등 상벌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안전보건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이 이사장은 “많은 기업이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해 안전보건 관리에 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확신시키고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관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올해부터는 최근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협력업체와 안전보건 관리가 취약한 모기업을 중점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원·하청 간 안전보건 격차 해소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