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아파트 브랜드 잇단 개명에…기존 주민 반발

수백억 들여 고급 브랜드 론칭
기존 브랜드 위상 저하 불보듯
"시공사 인지도가 중요" 지적도



이제는 아파트 브랜드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자이’ ‘더샵’ ‘힐스테이트’ 등 유명 아파트 브랜드. 건설사 입장에서는 의욕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600억~7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한다.

명칭 결정과 로고 디자인에서부터 TV·신문 광고 등 각종 마케팅 비용, 나아가 회사 명함과 서류 양식까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이 정도로 브랜드에 신경 쓰는 것은 잘 가꾼 브랜드 이미지가 최근 경쟁이 치열한 강남 재건축사업에서 긴요한 수주전략으로도 내세울 수 있을 만큼 소비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반발이 불가피하다. ‘고급’ 이미지를 가져간 새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위상에 대한 불만이다. 그간 쌓아온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포기하는 것도 부담이다.

당연할 수 있는 반응이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2년 ‘자이’ 브랜드를 론칭했던 GS건설 관계자는 “당시 기존 ‘LG빌리지’ 주민들로부터 브랜드 변경 요청을 많이 받았지만 모두 완곡히 거절했다”며 “유명 자동차 브랜드처럼 차별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더해 사실상 다른 아파트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의 ‘더샵’도 같은 이유로 론칭 초기 이전 브랜드 ‘포스코트’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더샵 브랜드 사용 요청을 받았지만 결국 거절했고, 이는 다른 브랜드도 비슷하다.

반면 브랜드 명칭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케팅 차원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지만 소비자가 선택하는 이유는 이름보다 시공사 인지도라는 얘기다. 브랜드 이미지가 소모되면 새로 론칭하길 반복하는 수순이라는 것.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최근 분양시장을 보면 고급-일반 아파트 브랜드를 구분해 단지 이름을 붙이는데, 실제 소비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름보다 건설사 자체의 인지도”라며 “중소 건설사는 그럴듯한 브랜드가 더 중요하지만 대형사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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