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지원하는 국가보조금은 한 해 60조원에 달해 누수가 많은 대표적인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 역시 이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도 누수가 여전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보조금 부당·과다 지급 사례가 2,927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 수행은 하지 않으면서 보조금을 타가거나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뻥튀기해 과다한 돈을 지원받는 식이다. 경상남도는 2013~2014년 수산업 종사자들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지원센터를 짓겠다며 40억원의 보조금을 타갔다. 하지만 경상남도는 계획과 달리 민간법인인 A연합회에 지원센터 소유권을 주고 말았다. 연합회는 한발 더 나아가 센터를 주어진 목적대로 쓰지 않고 공간 대부분을 식당 등의 업체에 임대해줬다. 연합회는 임대 사업으로 매달 780만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정부의 어이없는 실수로 보조금을 낭비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공공공사 사업에서 기업에 사업비를 줄 때는 최초 발주금액이 아닌 실제 낙찰가격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전국 ‘지방하천 정비 사업’의 사업비 지급 시 낙찰 차액을 빼지 않아 1,683억의 보조금을 과다 지급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남 수산업경영인종합지원센터나 예술의전당 사례처럼 보조금을 원래 목적 외로 유용한 케이스도 746억원 규모로 적지 않았다. 보조금을 집행하고 남은 잔액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는 532억8,000만원이었다.
감사원에서 적발된 건은 전체 보조금 부정의 극히 일부다. 보조금 부정은 검찰·경찰에 수시로 적발되며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매년 수백건의 부정 의심 신고가 들어온다. 기획재정부도 2014년 말부터 보조금 부정 수급에 5배의 징벌적 과징금 부과, 100억원 이상 보조 사업에 적격성 심사제도 도입 등의 제도를 개선했지만 효과는 미진하다. 다만 ‘국고 보조금 통합 관리망’이 오는 7월 본격 운영될 예정이어서 1조원 이상의 보조금 누수를 막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정훈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보조금은 사람 몸으로 따지면 심장에서 먼 모세혈관에까지 뿌려지기 때문에 강력한 관리·감시망이 필요하다”며 “보조금 사용·집행 현황과 수급자 명단 등을 통합 관리하는 전산망 구축과 이후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조를 통한 원활한 운영이 보조금 개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강광우 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