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쌈짓돈' 전락한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 낱낱이 공개해야

국회·국정원·국방부 등
영수증 없는 예산 8,890억
투명성 확보안 마련 필요

지난 2015년 5월 홍준표 경남지사는 2011년 의원으로 있을 때 받은 국회 대책비, 이른바 ‘특수활동비’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고백했다. 얼마 후 신계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특수활동비 일부를 아들 유학비로 쓴 적이 있다”며 “특수활동비는 개인적인 용도로 써도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즉각 비난 여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특수활동비도 엄연히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돈인데 개인 ‘쌈짓돈’으로 유용하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었다. 국회도 부랴부랴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때만 해도 금방 잘못된 관행이 고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별로 바뀐 게 없다.

무엇보다도 ‘특수활동비의 사용 내역 비공개’ 규정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있다. 지난 19대 국회 때 사용 내역을 일반에 공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흐지부지 폐지됐다. 홍 지사나 신 전 의원처럼 개인적으로 쓰는지 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5년 8,810억원에서 올해 8,890원으로 오히려 불어났다. 최근에 특수활동비 개혁은 다른 굵직한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진 상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일부 예산이라도 우리나라 특수활동비처럼 공개가 전혀 안 되는 일은 없다”며 “지금 대선 이슈 때문에 정치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없어졌는데 하루빨리 공론화시켜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 수가 없는 예산을 운용한다는 건 중진국·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세금을 투명하게 쓰자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이 무시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국민이 선거로 뽑은 국회의원의 경우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대중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활동비는 국회에도 많이 들어가지만 전체 비중은 국가정보원·국방부·경찰청 등이 훨씬 많다. 올해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경찰청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각각 4,947억원, 1,814억원, 1,310억원으로 전체 90%에 이른다. 이들 세 기관은 국가·수사 보안상 은밀하게 수행해야 할 일에 특수활동비를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용 내역 공개는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특수활동비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투명성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도진 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소장은 “국가 예산의 사용은 어떤 식으로든 공개해 감시가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보안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최소한 국회의 별도 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방법으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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