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극본 하청옥, 연출 백호민) 7회부터 정해당의 얼굴이 갑작스레 바뀌었다. 드라마 시작 전 제작진은 ‘정해당 역을 연기한 배우 구혜선 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드라마에서 하차합니다. 제작진은 구혜선 씨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 방송부터 정해당 역은 배우 장희진 씨가 연기합니다’라는 안내 글을 띄운 후 7회 방송분을 내보냈다.
방송 하루 전인 24일 오전 구혜선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통해 “건강 악화로 ‘당신은 너무합니다’ 출연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며 “병원 검진 결과 ‘구혜선 씨는 심각한 알러지성 소화기능장애가 발생한 탓에 절대 안정이 시급하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에 따라 현재 입원 중”이라고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그의 하차 소식을 전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 제작진은 긴급 상황에 장희진을 즉각 투입했다.
장희진 /사진=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방송 캡처
이날 곧바로 시작된 첫 장면은 장희진이 정해당으로 분해 이경수(강태오 분)와의 이별의 아픔을 술로 씻어내는 모습이었다. 시각장애를 이유로 이별을 고한 경수의 말을 되뇌며 서글픈 심정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컷을 보인 장희진. 첫 장면부터 흐트러짐 없이 해당의 감정선을 이끌어와 안정적인 연기로 소화함에, 배우 교체로 당황스러웠을 시청자도 일단 금방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후 장희진은 마주친 경수와의 두 번째 이별에서 눈물을 떨구며 안타까운 이별을 거듭 강조했다. 정해성(김규선 분)이 학교를 그만 뒀다는 소식에는 맏이로서 자신의 꿈까지 포기하고 생계형 모창가수로 동생들을 뒷바라지 한 그간의 고충을 눈물 섞인 분노의 꾸짖음으로 호소했다. 박현준(정겨운 분)에게는 자신의 처지를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면서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다.
26일 8회 방송에서는 성택(재희 분)을 유지나(엄정화 분)에게 빼앗긴 후 생긴 경멸과 악연,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가짜 유지나’로 생계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현준에게 털어놓았다. 각막 기증을 받아 시력을 회복한 경수와는 기쁨의 재회를 나눴고, 경수의 친모와 그가 버려진 배경을 함께 추적해 나가기 시작했다.
구혜선, 장희진 /사진=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방송 캡처
장희진은 긴급투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첫 등장부터 해당의 기구하고 처연한 삶을 제대로 이해해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신세한탄부터 눈물연기까지 단번에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캐릭터 이해를 할 물리적 여유가 없었을 텐데도 온전히 극에 녹아들 수 있을까 싶던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수, 현준과 발전되는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그림까지 몰입감 있게 선보였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의 첫 등장부터 대체로 긍정적이다. 앞서 정해당 역을 맡았던 구혜선에게 연기력 논란이 있던 차에 장희진은 구원투수 역할 노릇을 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유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워낙 싱크로율 높은 역할인 탓에 ‘인생캐릭터’를 만났다고 극찬하는 반응도 있다.
반면 아직 구혜선이 그린 해당을 그리워하는 반응도 존재한다. 연기력은 차지하고 본 시점이다. 생활력 강하면서 밝고 해맑던 해당이 갑자기 진지해지면서 역할과 드라마의 톤 자체가 바뀐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명랑하고 통통 튀던 해당을 볼 수 없어 아쉬워하는 반응과 더불어 아직은 강태오, 정겨운과의 케미가 이질적이지 않냐는 반응도 있다.
3주간 6회분의 방송으로 선보인 해당 캐릭터를 단 1, 2회 만에 달라진 인물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첫 인상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처럼 구혜선이 소화한 해당의 이미지가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잊혀 지려면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장희진 본인 역시 긴급투입의 압박감 때문에 첫 등장부터 강렬하고 묵직한 내면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 앞으로 남은 50회까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엄정화와의 재회에서는 ‘어떤 장희진’이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방송 캡처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