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사장도 직원 중 한 사람 아닌가요. 나는 사장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고 직원들보다 좀 더 많은 책임을 가지고 있을 뿐이죠.”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그의 표현대로 ‘사명감 넘치는 직업인’은 아니다. 그는 모든 조직이 ‘파트너십’으로 움직인다고 믿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의 사장을 맡고 있는 그, 그리고 직원들 모두 파트너 관계라는 것이다.
“나를 움직이는 건 일종의 프로페셔널리즘입니다. 계약대로 주어진 나의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의 이 같은 경영철학은 평소 직원들을 대할 때도 묻어난다. 매주 월요일 세종문화회관 직원들의 메일함에는 이 사장이 보낸 ‘월요편지’가 배달된다. 경상도 남자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주간보고지만 한 주간 주요 사내 소식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벌써 104차례, 취임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보냈다. 직원들은 e메일을 통해 소속 파트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중단기 계획을 파악한다. 근무시간이나 업무가 제각각이고 사업장도 여러 곳에 있다 보니 정보 공유가 필수라는 생각에 이 사장이 짜낸 묘안이다.
“직원 수도 많고 직군과 분야, 업무공간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어떤 작은 제도가 바뀌어도 전파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매주 편지를 보내서 정보를 알려주자, 지금 우리에게 뭐가 중요한지 알려주자고 생각한 거죠. 이사회가 열리면 이사회 안건이 무엇이고 결과가 무엇인지 직접 씁니다. 이런 소통이 조직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그는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수용할 만한 건의사항은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광화문 촛불시위 기간 중앙계단 정중앙에 대문짝만 하게 내걸렸던 현수막은 노동조합의 건의로 걸었다. 현수막에는 ‘올바른 민주주의 대한민국’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화제를 모았다. 익명으로 건의사항이나 불만을 남길 수 있는 ‘대나무숲’도 운영 중이다.
이 사장의 이 같은 자세는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서 근무했던 14년의 시간이 축적된 결과다. 일반 직장생활은 자신이 없어 패션잡지·무용잡지에서 잠시 기자로 일했던 이 사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예술의전당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시기니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입사 1년도 안 돼 음악당을 개관하고 클래식 공연을 기획했다. 지금으로 치면 팀장급 이상 임원들이 할 일을 신입사원들이 했던 셈이다. 그와 동료들의 손에서 교향악축제, 오태석 연극제 등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는 자랑에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이 사장은 “그 당시 좌충우돌 속에 숱한 실패를 했는데 결국 나의 실패를 공공 부문에 많이 떠넘긴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원들과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