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관(왼쪽)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장은주 울산의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DPP-4 억제제가 대동맥판막 석회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밝혀내고 한국과 미국에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동맥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질환(대동맥판막협착증)의 예방·치료제로 처방되는 DPP-4 억제제를 생산·판매하는 국내외 제약사들로부터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27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송재관(심장내과)·장은주(울산의대 의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유발한 쥐와 토끼에 DPP-4 억제제를 투여해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양이 늘어나면 대동맥판막 세포에 칼슘이 쌓여 굳어지고 딱딱해지는 석회화를 억제, 대동맥판막협착증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대동맥판막은 3개의 얇은 소엽으로 이뤄져 있으며 좌심실에서 온몸에 공급할 혈액을 대동맥으로 뿜어낸 뒤 역류하지 않게 차단 밸브 역할을 한다. 판막이 노화 등으로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일부 혈액이 역류하고 심장은 무리해가며 더욱 강하게 수축한다. 이런 현상이 장기간 반복되면 심장 근육은 두꺼워지고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현기증·흉통·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중증으로 발전하면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병의 진행을 막을 예방·치료방법이 없었다.
DPP-4 억제제는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40%(2015년 2,5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MSD(자누비아·자누메트), 베링거인겔하임(트라젠타), 노바티스(가브스), LG생명과학(제미글로·제미메트) 등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장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당뇨병 치료 때보다 적은 용량으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예방,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2년가량 임상시험 등을 통해 DPP-4 억제제 중 효과가 좋은 약물과 최적의 용량을 결정하고 약효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심장 분야 최고 권위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실렸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