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삼성전자(005930) 매장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전자제품을 살 수 없다?’

미국의 경제·문화 중심지 뉴욕 맨해튼에서도 패션·정보기술(IT) 기업 등이 밀집한 첼시 지역에는 삼성전자가 마케팅을 위해 만든 ‘837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7을 비롯해 가상현실(VR) 기기, 360도 카메라 등 최신 전자제품이 다수 진열돼 있지만 방문객은 현장에서 제품의 가격을 알아보거나 구매를 할 수는 없다. 오로지 전자기기를 보고 듣고 만지는 것만 가능하다. 전자기기 판매를 하지 않는 삼성전자 매장은 837 센터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삼성전자의 다양한 전자기기를 직접 체험해보고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국내 ‘딜라이트샵’과는 사뭇 다른 운영 구조다.

837 센터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지하 2층, 지상 6층의 건물을 통째 임대해 꾸민 뉴욕 지역 마케팅 거점으로 개장 1년 만에 누적 방문객은 45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1,200여명 수준이며 주말에는 1,700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837 센터를 찾는 것으로 집계됐다.

837 센터에서 지난 27일(현지시간) 만난 삼성전자 미국법인 마케팅담당자는 “제품에 가격표를 붙여놓거나 직원이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를 전혀 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오직 전자기기 체험에만 집중해 직접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837 센터 방문이 즉각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배터리 폭발로 인한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이후 삼성전자는 837 센터를 북미지역에서의 브랜드 신뢰 회복을 위한 전진 기지로 삼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뉴욕 ‘패션 위크’ 기간 삼성전자는 자사의 VR 기기·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837 센터에서 행사를 생중계했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도 진행해 1,600여명이 837 센터를 찾았다. 오는 30일부터는 새로운 우주여행 가상현실(VR) 체험 공간을 마련해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은 “갤럭시 노트7 단종 이후 브랜드 이미지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행히 3년 전부터 마케팅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놓은 만큼 갤럭시S8 출시를 계기로 신뢰도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15년 코카콜라에서 전격 영입한 피오 슝커 글로벌마케팅담당(전무)도 837 센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피오 슝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담당 전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히 기술을 혁신하는 회사가 아니라 ‘휴먼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러한 철학을 적극적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의 출시(언팩) 행사가 끝나는 대로 새 제품을 837 센터에 들여와 다양한 체험 공간을 꾸며 소비자들에 선보일 예정이다.

/뉴욕=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