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내 억류 자국민 9명이 전원 귀환하는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중문지인 중국보(中國報)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는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의 출국도 함께 보장됐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치외법권인 북한대사관에는 현재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리지우 등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 3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현지 경찰의 조사 요구에 불응해 왔으나 지난 26일 돌연 해당 사건을 조사해 온 셀랑고르 지방경찰청 소속 수사팀의 방문 조사를 허용했다. 중문보는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의 비공개 협상에서 입장 조율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중국보는 현광성과 김욱일이 한성철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과 최근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북한 국적자 장성철 등 2명과 함께 이날 밤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일정을 취소했다고도 전했다. 출국 일정을 취소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리지우는 출국자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보는 전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 법의학연구소(IPFN)에서 반출돼 시외곽 장례시설로 옮겨졌던 김정남의 시신이 화장되지 않은 채 온전한 상태로 이날 오후 북측 당국자들에게 인계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김정남의 시신이 이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옮겨진 뒤 다시 평양행 항공기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역시 현지 중문지인 동방일보(東方日報)와 광화일보(光華日報) 등은 김정남의 시신이 이날 오후 5시 30분까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화물운송센터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9시 15분께 다시 IPFN 영안실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당국자는 “부검의들이 김정남의 시신이 추가 방부처리가 필요한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보도가 사실일 경우 현광성 등이 출국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은 김정남의 시신 이송이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지연된데 따른 것일 수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지연되면서 김정남의 시신이 베이징이 아닌 피살 직전 거주지였던 중국령 마카오로 이송될 것이라는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언론 보도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김정남의 시신인도와 용의자 출국 허용과 관련한 보도의 진위를 묻는 취재진의 문자 메시지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27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외무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