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번 예산 지침을 두고 한편에서는 양극화 해소가 중요한 문제지만 그동안 입을 다물던 정부가 진보 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보이자 ‘코드 맞추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편성의 네 가지 포인트로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 극복 △양극화 완화 등을 꼽았다. 지침에 양극화 완화가 들어간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지급 등 빈곤층 지원책을 단발적으로 발표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큰 칼’인 예산 자체를 움직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초연금 수급자 확대, 저소득 가구 기초생활 보장 등을 내년 예산에 담을 계획이다.
예산 지침의 중점 투자 내용 중에는 ‘4차 산업혁명’이 포함됐다. 이 역시 처음이다. 정부는 핵심 기술개발, 인력양성, 인프라 조성 등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큰 방향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일부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황교안(왼쪽 네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지난 2007년 예산안 편성 지침 이후 11년 만에 ‘양극화 해소’를 중점 방향으로 담은 ‘2018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예산 포인트 네 가지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예산은 최대한 걸러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범부처 ‘융합예산’을 올해부터 마련하기로 했다. 각 부처가 따로 지급해 중복수혜 문제가 있었는데 관계부처가 4~5월 사전협의를 통해 재편할 계획이다. 예산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받는 사람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내년에는 대학창업, 관광, 공적개발원조(ODA)에 시범 적용한 후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유사사업을 없애기 위해 각 부처가 새로운 사업을 기재부에 요청할 때 비슷한 사업을 수행 중인 다른 부처와 검증을 먼저 하고 그 결과를 기재부에 제출하게 했다. 농업·협회·단체 지원 등에 쓰였던 보조금에도 대대적인 메스를 댄다. 정부는 1,500여개, 60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매년 3분의1씩 점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보조금을 점검한다. 각 부처가 지원 필요성, 최종 수혜자, 부정수급 사례 등을 점검해 내역을 기재부에 제출하게 했다. 최순실이 보조금을 주로 전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한편 내년 예산 총액은 415조~42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는 400조5,000억원이다. 2016~2020년 중기재정계획상 2018년 예산은 올해보다 3.4% 늘어난 414조3,000억원인데 박 실장은 “여러 요건을 볼 때 증가율이 3.4%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대선주자들의 공약 등을 고려할 때 올해보다 14조5,000억원(3.6%)~24조5,000억원(6.1%)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