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130만톤급 도크를 갖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올 상반기 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지면서 지역 취업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경남 A대학 조선 관련 학과 졸업반인 김모(28)씨는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같은 학과 친구들이 올해에만 30명가량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려 취업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김씨는 “전공을 선택할 때만 해도 경기가 좋아 고민도 하지 않고 조선학과를 지원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조선 업계 불황으로 지역 대학들이 취업 비상에 걸렸다. 특히 창원·김해·거제 등 경남 지역과 전주·군산 등 전북 지역처럼 조선업종 취업 의존도가 높은 대학들은 조선 업종 협력사들이 줄도산하면서 대안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조선 업종 중소 협력업체 줄도산과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이 얼어붙으면서 취업난에 맞닥뜨린 학생들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장 위기감을 느끼는 곳은 창원 등 경남 지역 대학들이다. 창원대 취업지원센터 B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새 학기가 시작된 이맘때면 하루에 15~20개씩 오던 채용 공고 메일이 1~2개로 줄었다”며 “대학 인근에 자리 잡은 200개의 주요 조선사 1차 협력사마저도 채용 문의가 뚝 끊기며 체감 취업률은 30% 이상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정한 조선해양 특성화 대학인 거제대학 역시 채용 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지방 대학의 어려운 취업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조선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지역 대학의 피해가 유독 크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노동부 취업아카데미사업을 진행하는 한 중소기업협회 관계자도 “지난 하반기 지역 대학 취업률은 대부분 50~60% 수준이었지만 경남권 대학은 고작 25명 중 2명만 취업했을 정도로 경기 상황이 안 좋았다”고 전했다.
전북 역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전라북도와 군산시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협력사는 2016년 4월 기준으로 85개, 고용인원은 4,490명이었지만 2017년 2월 각각 43개, 2,101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군산·원광·호원대 등 전북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선 업종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대학생들의 인식 역시 나빠져 정상적인 채용 수요가 있는 기업이 오히려 고용난을 겪는 역설적인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목포대 관계자는 “대한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1차 협력사인 150여개 지역 업체로부터 채용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조선 업종에 대한 거부감이 커 이들 지역 기업들은 오히려 고용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들은 학과 구조조정, 타업종 취업 유도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조선업 불황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애만 태우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최대 6만3,000명의 조선업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 업종 전체 취업자 역시 2015년 말 20만3,000명에서 2016년 말 16만6,000명으로 급감했다.
이승우 군장대 총장은 “전체 정원을 5년 사이에 1,000명 이상 줄이고 지난해 조선해양학과 정원 역시 200명에서 40명으로 대폭 줄였다”면서 “학과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 기계·소형선박제조업체 등 다른 업종 취업을 권하는 게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 전부”라고 토로했다. /박진용기자 창원=황상욱기자 군산=김선덕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