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브랜드 ‘주커피(zoo coffee)’의 상표를 베낀 중국 정저주의 한 스테이크 가게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특허청
<전문> 중국의 사드발 무역보복 탓에 중국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서 한국 기업 브랜드들이 무단으로 선점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의 상표사냥꾼 실태와 상표 도용을 방지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3회에 걸쳐 알아본다.
# 몇 년 전 한국에서 히트 친 빙수카페 ‘설빙(雪氷)’은 상하이에 1호점을 시작으로 중국 진출을 추진했으나 바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중국에서 간판은 물론이고 종업원 복장, 진동벨, 냅킨까지 설빙을 그대로 베껴 영업하는 곳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상표권까지 선점해 해외 진출을 방해하고 ‘짝퉁 업체’ 중 몇몇은 현지에서 가맹점까지 모집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 국내 유명 의료기기 업체 A사의 중국 현지법인 직원 B씨는 자신의 명의로 A사 상표를 무단 출원했다. 이후 B씨는 회사를 나와 A사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상품을 팔고 있다. A사는 현재 B씨를 상대로 상표 무효선고 청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은 상당 부분 잠식된 상태다.
국내 콘택트렌즈 브랜드 ‘오렌즈’의 상표를 베낀 중국 정저우의 한 안경 매장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특허청
28일 특허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브랜드를 대량으로 선점 출원해 상표권 매매 수익을 올리려는 상표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상표를 마구잡이로 선점해놓고 한국 기업에 접촉해 돈을 뜯어낸다. 특히 한국 기업이 이미 등록한 상표라 하더라도 이를 변형시키거나 중문 이름 등을 살짝 결합해 출원하고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매우 지능화하고 집요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브로커들의 한국 기업 상표출원 유형을 분석해보면 원래 상표를 그대로 모방해 출원하는 경우는 9%로 드물다. 이와는 달리 2~3개의 언어들을 조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 단일상표로 출원한 유형(27%)보다 한글과 중문, 중문과 영문, 영문과 중문, 한글+영문+중문의 결합상표 형태로 출원한 비중이 54%로 높다. 상표브로커들은 한국 브랜드의 중국 상표 출원을 시도했다가 거절된 사안을 분석한 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글·중문·영문을 결합해 출원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소매상들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 신제품 브랜드가 출시되면 등록 가능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일단 출원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덤벼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상표브로커들은 원 상표권리자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상표권 확보에 나서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며 “실제 상표브로커가 한국 기업 브랜드를 모방한 상표를 출원했다가 거절됐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불복 청구를 해 끝내 상표 등록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상표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우선 진출하고 보자는 우리 기업들의 ‘선(先)진출 후(後)출원’ 관행 탓이 크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 상표법은 엄격하고 경직된 ‘선(先)출원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상품과 서비스업 간의 동종성이나 유사성을 심사하지 않는다”며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상품과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상표가) 등록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