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잘못된 발표에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속 타들어가

세월호 인양 현장서 발견 유골…'동물뼈'로 확인돼

해양수산부의 성급한 판단에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해수부는 28일 오전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참사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더니 오후 늦게 동물의 뼛조각이라고 다시 발표했다. 유골 발견 소식에 오열했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동물 뼈였다는 소식을 듣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해수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검증 결과 세월호가 실린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에서 발견된 유골 7점은 동물 뼈로 확인됐다고 이날 오후 늦게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들은 유골의 외관상 돼지 뼈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유골을 수습해 본원으로 옮겨 정확하게 감식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과수 확인 결과가 발표된 후 “혼선을 드리고 소동을 벌인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앞으로는 세월호 작업 현장에 해경이 상주하도록 요청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28일 오후4시30분께 진도군청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목포 신항으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 작업 중 오전11시25분쯤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에서 유골 6점과 신발 등 유품을 발견했다”며 “현재 세월호 선체 주변에서 진행 중인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팽목항에서 대기 중이던 미수습자 가족은 유해 발견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세월호 미수습자는 모두 9명이다.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이상 단원고 학생), 고창석·양승진(단원고 교사), 권재근·권혁규(부자), 이영숙씨 등이다.


해수부가 이처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꾸면서 발표를 너무 서두르다 혼란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의 유골과 동물의 뼈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조금만 신중하게 검증을 거쳤다면 오류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과수 광주분원 소속 법의학팀 6명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28일 오후7시50분께였으며 이들이 현장에서 발견된 뼈를 동물의 것으로 결론 내리기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해수부는 세월호 주변에서 왜 동물 뼈가 발견됐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화물칸에 동물을 실었다는 내용은 지금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식재료이거나 화물차에 신고하지 않은 동물이 실렸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유골 수습 현장에 동행했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동물 뼈라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초 유골 조각이 세월호 밖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에 미수습자 9명을 다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미수습자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점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은 28일 오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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