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는 2004년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에 출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이후 ‘타짜’, ‘식객’, ‘이끼’, ‘소원’, ‘대호’ 등의 영화를 거치며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빠져서는 안 될 조연배우로 각광받고 있는 배우. 특히 멀리서봐도 눈에 띄는 대머리는 김상호의 트레이드마크인 동시에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푸근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영화 ‘보통사람’ 김상호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하지만 ‘보통사람’에서 김상호는 그동안의 김상호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먼저 트레이드마크인 대머리는 그럴싸한 가발로 가리고 등장하며, 배역 역시 그동안 무수하게 연기해온 코믹한 감초조연이 아니라 ‘보통사람’이 되고 싶었던 손현주가 정의에 눈뜨는 계기를 제공하는 특별한 역할이다.
영화 ‘보통사람’에서 김상호는 자유일보 기자 ‘추재진’을 연기한다. ‘추재진’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강력반 형사 ‘성진’(손현주 분)의 친한 동네형이나 술친구로 편안하고 푸근한 이미지지만, 군부 독재정권의 사슬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1980년대에 보기 드물게 목숨을 내걸고 기자의 양심을 지키려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감독님이 기자 출신이에요. 그래서 기자들의 습성이나 본능 같은 것은 내가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바로 피드백을 해줘요. 그래서 저는 기자라는 직업보다도 ‘추재진’이라는 인물이 ‘보통사람’에 잘 녹아들어가는가에 중점을 뒀어요.”
영화 ‘보통사람’ 김상호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이미 김상호는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모비딕’에서도 ‘보통사람’의 ‘추재진’과 비슷한 역할의 기자를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모비딕’보다도 ‘보통사람’의 ‘추재진’은 사회적 진실과 역사적 대의에 대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 걸 정도로 강렬한 투지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한층 깊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추재진이 이런 일에 자신의 목숨까지 거는 것이 이상해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저라도 제가 추재진과 같은 상황이면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추재진이 아니라 손현주 형님이 연기한 ‘성진’의 선택 아닐까요? 다리가 불편한 아들의 다리를 고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팔 수 있을까? 그것이 정말 ‘보통사람’의 선택이거든요. 추재진은 가족이 없지만 성진에게는 가족이 있거든요. 저도 가족이 있다면 성진과 같은 선택을 했겠죠. 그것이 ‘보통사람’이니까.”
김상호는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배우로서 그의 외모나 역할은 사실 특별한 존재보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정말 ‘보통사람’에 가깝다. 훤히 벗겨진 머리에 미남이라고는 보기 힘든 얼굴, 그리고 술 좋아하는 성격까지. 김상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배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짜 ‘보통사람’의 이미지 그 자체다.
영화 ‘보통사람’ 김상호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이것은 김상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김상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 자체는 사실 엄청나게 거창하지 않다. 큰 역할과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김상호라는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하며 배우로 마지막까지 사는 것. 그것이 김상호가 꿈꾸는 ‘보통사람’ 배우의 삶일 것이다.
“경주에서 1992년인가 방위병을 소집해제하고 무작정 연기가 하고 싶어 서울에 올라와 친구집에 얹혀살면서 친구의 사촌매형이 하는 공장에서 일했어요. 플라스틱을 찍어내는 공장이었는데, 거기서 돈을 벌어서 대학로에 월세방 얻을 돈이라도 장만하려고 했죠.”
“제 꿈은 배우짓을 하다가 죽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도 사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죠. 이러다 김상호라는 배우가 대중들에게 잊혀져버리면 꿈을 이루다 만 것이 되겠죠. 배우를 한다면 죽을 때까지 다른 것 안 하고 배우만 하는 것. 이것이 제 꿈이에요.”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