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분단의 최전선인 휴전선 접경 섬, 이제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갖춘 관광명소.’

강화 교동도에 ‘ICT’라는 호박씨를 문 제비가 날아들면서 교동도가 들썩이고 있다. 3,000여 명의 교동도 주민은 봄맞이 관광객을 맞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28일 KT(030200)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 ICT 기반의 관광거점인 ‘교동제비집’과 ‘교동스튜디오’를 열었다. 교동제비집은 집집 마다 제비집이 들어서 있는 교동도의 특성에서 따 온 이름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국민디자인단이 정한 이름이다.

교동제비집에 들어서면 560인치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황해도 지역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CCTV에서 실시간 영상을 제공한다. 화면을 터치하면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교동신문’이 만들어진다. 2층으로 올라가면 교동도 관광명소를 실감 나게 볼 수 있는 가상현실(VR)관이 꾸며져 있다.


대룡시장 내 교동스튜디오는 7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공지능 기기인 ‘기가 지니’가 안내자 역할을 한다. 교동스튜디오에서 근무하는 손효숙(63) 씨가 “지니야, 오동잎을 틀어줘” 라고 얘기하자 교동시장 내 11개 스피커에서 최헌의 노래 ‘오동잎’이 울려 퍼졌다. 1970년대로 ‘타임워프’한 느낌이다.

교동도를 둘러보고 싶다면 자전거와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워치를 빌리면 된다. 관광객을 위한 ‘스탬프’ 서비스도 흥미롭다. 곳곳에 블루투스 기반의 신호장치인 ‘비콘’을 설치해 ‘교동도 여행’이라는 앱이나 스마트워치를 통해 스탬프를 모을 수 있도록 했다. 스탬프 7개를 모으면 24개 상점에서 쓸 수 있는 할인권과 쌀 등을 선물로 준다.

교동도는 지금까지 ICT와는 거리가 먼 동네였다. 북한과의 직선거리가 2.6km밖에 되지 않는 특수 접경지역이라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곳이었다. 거주민의 80%가 농업에 종사하며 절반이 60대 이상이라 ICT에 대한 수요 또한 적었다. 이 때문에 ‘시간이 멈춘 섬’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강화도와 교동도를 이어주는 교동대교가 만들어진 이후 통일이라는 콘텐츠가 접목된 관광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번 교동제비집 개소는 KT가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ICT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기가 스토리’의 다섯 번째 사업이다.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 임자도를 시작으로 대성동마을, 백령도, 청학동에 관련 인프라가 구축됐다.

윤종진 KT 전무는 “어제는 유배지였고 오늘은 휴전선 접경지역인 교동도는 심리적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낙도였다”며 “KT가 이번에 준비한 기가 스토리가 교동도를 평화와 통일의 관광섬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화=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