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GLP1(Glucagon-like Peptide 1) 항진제’가 당뇨병 환자의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임수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동물·세포실험을 통해 새 당뇨병치료제인 GLP1 항진제의 심혈관보호 기전(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임 교수팀은 경동맥에 동맥경화를 유발한 실험쥐를 GLP1 항진제 피하주사군, GLP1 유전자가 탑재된 아데노바이러스를 혈관에 주입한 군, 가짜 약(위약) 피하주사군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결과를 비교했다.
각 약물을 투여한 후 경동맥을 적출해 내중막 두께 등을 재본 결과 위약군에 비해 GLP1 항진제 피하주사군은 25%, GLP1 항진제 혈관 내 주입군은 58%의 동맥경화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 식후 혈당, 인슐린 저항성, 염증 인자인 C-반응성 단백의 수치는 떨어진 반면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아디포넥틴 호르몬 수치는 올라갔다.
당뇨병 환자는 조그만 자극에도 혈관내벽(평활근)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동맥경화와 혈관 재협착 등을 일으키는데 GLP1 항진제는 이를 억제하고 염증세포의 뭉침 현상을 개선했다. 세포실험에선 혈관벽을 유지시키는 콜라겐을 분해하고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MMP-2를 억제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임 교수는 “최근 발표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GLP1 항진제가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 기전을 충분히 설명하기엔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GLP1 항진제가 당뇨병 환자의 혈관 내피세포에 작용해 염증물질 발생을 줄이고 혈관 기능 개선,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등 주요 혈관을 보호하는 등 동맥경화 발생·악화를 다각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새 당뇨병 치료제가 심혈관 시스템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하는 연구방법론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 ‘심혈관 연구지(Cardiovascular Research)’에 실렸다.
한편 지난해 발표된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중 13.7%가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은 2010년 이후 국내 다섯번째 사망원인이며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 합병증 사망률까지 합치면 암으로 인한 사망률과 필적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질환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