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품질우수기업] 총성없는 기술 전쟁...퍼스트 무버만 살아남는다

패스트 팔로어로는 '승자독식 시대' 생존 어려워
한계치 뛰어넘는 생산성 확보해야 이윤확보 가능



퍼스트 무버가 되지 못한 패스트 팔로워의 한계.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의 원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공정기술이 뛰어나도 원천기술 부재로 부가가치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는 이유다. 일면 당연한 말씀이다. 하지만 치킨게임을 끝내고 승자독식을 만끽하고 있는 반도체 역시 한때는 대표적인 패스트 팔로워였다. 원천기술 하나 없이 동일한 장비, 동일한 부품을 쓰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할 수 있는, 하고 있는 역할에 있어서만큼은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도정기계를 생산하는 현대기계공업도 마찬가지다. 25년간 도정기계 한 우물을 고집해온 이 회사는 곡식의 껍질을 벗겨내고 선별하는 기술에 있어서 경지에 다다랐다. 작은 쌀알에 더 작은 쌀눈을 남기는 것도 어려운데 좁쌀보다도 작은 쌀눈만 따로 추출할 수 있는 기계까지 개발한 결과다.

도정관련 특허만 30여건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비록 반도체나 스마트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야는 아니지만 도정기계 분야에서만큼은 퍼스트 무버로 평가받는 이유다.

스마트폰 광학렌즈용 정밀부품을 생산하는 유니엠텍 역시 자신의 영역에서는 거의 통달한 수준이다. 스마트폰 광학렌즈는 그야말로 치열한 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 하지만 광학렌즈 사이의 간격을 잡아주는 스페이서는 그리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고도의 정밀성과 엄격한 품질규정이 요구되지만 제조기술 자체는 이미 범용화된 상태다.

결국 한계치를 뛰어넘는 생산성을 확보한 기업만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유니엠텍처럼 말이다. 현재 35종의 스페이서를 생산하는 이 회사의 생산캐파는 월 2,500만개 수준. 독보적인 원천기술이 없다고, 반도체처럼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한다고 저평가되어서는 안 될 이유다. 전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유니엠텍만큼의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먼 산의 금광이 아닌 주변의 흔한 조약돌들이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선 이 땅의 조약돌들이 사실은 조금만 다듬으면 값비싼 보석으로 탈바꿈할 에메랄드 원석이 될 수 있다. 저마다의 분야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처럼 말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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