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일화 논의 제동 건 유승민

친박 청산 등 조건으로 제시
협상 주도권 노린 포석 분석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유승민(왼쪽) 의원이 29일 서울 중구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무실을 방문,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공론화한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단일화에 제동을 걸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4당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후보로 확정된 만큼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이제 당 확장성이 본인 손에 달린 만큼 당 몸집을 불린 뒤 협상에 뛰어들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유 후보는 당 대통령 후보로서의 첫 일정부터 ‘친박근혜계 청산’과 ‘명분 있는 통합’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단일화에 거리를 뒀다. 유 후보는 29일 정치적 스승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 후보 연대에 대한 이 전 총재의 지적에 “원칙이나 명분이 중요하다. 너무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후보로 선출된 지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단일화를 하려고 출마한 것은 아니다. 단일화는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거기(단일화)에 목을 매거나 그것만 쳐다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본인이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로 풀이된다. 유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면 “보수 후보 적합도에서 내가 가장 앞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현 상황에서 연대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후보 자격’을 문제 삼으며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범보수 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낮은 탓에 본인이 앞장설 경우 ‘킹메이커’로 전락할 수 있다. 더욱이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단일화에 유보적 입장을 보인 탓에 섣불리 움직이면 지지층 이탈과 역풍을 부추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수 후보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뒤 단일화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후보는 한때 대립했던 김무성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며 상대 진영 끌어안기에 나섰다. 유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큰 대구경북(TK)에서의 광폭 행보도 예고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선거보조금을 받기 위한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했다는 추측도 제기한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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