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헌정 사상 첫 전직 대통령이다.
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직접 피의자를 심문한 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판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지하지 말고 직접 피의자를 심문해 구속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런 만큼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바로 이 구속 사유와 관련해 30일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과 검찰 간에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서는 먼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열세 가지 혐의 중 관건은 뇌물죄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미 법원의 판단으로 구속된 점은 박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부분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주 검찰 조사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구속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현재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고 있어 일정한 주거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증거 인멸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변호인 간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 밖에 범죄의 중대성도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오는 31일 새벽이나 오전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정의 순간을 앞두고 벌써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을 각각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일부 보수 정치인들과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촛불 민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장전담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영장실질심사는 유·무죄에 대한 재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는 법원이 범죄 혐의의 개연성을 받아들였을 뿐 고도의 증명을 요구하는 유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돼도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거쳐 유·무죄가 결정된다.
따라서 앞서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우리 사회가 대승적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이번 구속 여부 결정도 그저 담담하게 수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두고 또다시 우리 사회가 둘로 쪼개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진실은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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