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가운데) 전 대표가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두 번째 경선인 충청권 경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에 이어 충청에서도 승리해 대선후보 경선 2연승을 했다. 대세론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오는 31일 3차전 경선을 치를 영남권에서도 그는 절대적인 지지율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마지막 4차전인 수도권 승부 역시 대체로 영호남 표심을 수렴했다는 전례를 볼 때 경쟁후보들이 문 전 대표의 선두 자리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희정 텃밭서 압도적 승리=문 전 대표는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안희정 충남지사의 텃밭인 중원에서 1위를 이어가며 호남에 이어 2연승을 기록함에 따라 결선 없는 본선행 가능성을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충청 순회경선에서 유효투표수 대비 47.8%를 득표, 2위를 차지한 안 지사(36.7%)를 11.1%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5.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7일 호남에 이어 안 지사의 텃밭인 충남에서까지 2연승을 기록함에 따라 대세론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호남과 충청을 합친 누계 기준으로 문 전 대표는 55.9%로 과반을 기록했다. 안 지사는 25.8%, 이 시장은 18.0%를 각각 차지했다. 50%에 미달할 경우 1위와 2위가 맞붙는 결선투표 없이 대선 직행 열차를 탈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문 전 대표는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충청에 아주 좋은 후보가 있는데도 정권교체라는 큰 대의를 위해 저를 선택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와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정권교체 이후에 대한민국을 제대로 개혁하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려면 압도적인 대선 승리가 필요하며 압도적인 대선 승리의 힘은 압도적 경선 승리에서 나온다”며 “충청인들이 그런 마음으로 저에게 힘을 모아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역구도 극복=충청권 선거인단은 민주당의 전국 선거인단 중 10%를 밑도는 약 17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충청권 표심은 단순히 선거인단의 수적 비율을 훨씬 넘어선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역대 대통령선거를 보면 충청권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탄생했던 13대 대선 때부터 대선 당선자의 전국 득표율은 충청권 득표율과 거의 비슷한 추이를 보여왔다. 이런 이유로 충청권 표심은 역대 선거에서 대권의 향방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져왔다.
충청경선에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안희정 쇼크’ ‘이재명 서프라이즈’다. 안 지사는 자신이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을 지내고 있는 안방에서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패했다. 이로써 자신이 내세웠던 탈지역주의는 물론이고 지역 수성조차 실현하기 어려운 약체 후보라는 오명을 앞으로 지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반면 이 시장은 보수 성향이 만만치 않은 충청권에서 개혁을 외치고 도전하면서도 내부 득표율 목표인 15%대를 너끈히 달성했다. 앞선 1차전 경선인 호남전에서도 그는 안 지사와 박빙의 승부로 3위를 해 선전했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더구나 3차 경선이 열리는 영남에서는 이 시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안 지사를 크게 앞서고 있어 잘하면 누적 표수 2위 후보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안 지사는 맹주로 활약해온 충청권에서마저 무너지면서 이번 대선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까지 겨냥하려 했던 장기적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영남 태생인 문 전 대표는 호남에 이어 충청권 표심마저 끌어안음으로써 지역주의 장벽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문 전 대표의 충청권 승리는 큰 호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선 본선 판도를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로 구축하려는 경쟁정당·세력에도 결집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 충청 출신 주자의 대패로 실망한 대전·충남·충북 유권자들이 동향 출신인 정운찬 전 총리 등이 가세한 범보수 진영의 대선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는 간판 주자의 석패로 공허해진 충청권 유권자들을 달랠 정치적 카드를 고심해야 한다는 게 선거 전략가들의 진단이다. /대전=민병권·박효정기자 newsroom@sedaily.com